헤그세스 성비위 파문 확산 … “입막음 돈 지급”

서필웅 2024. 11.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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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즉흥적 지명’ 부작용 속출
헤그세스, 비공개 대가 금전 지급 시인
공화당 내 맷 게이츠 관련 불안도 고조
일부 인사 의회 인준 통과 못할 가능성
트럼프 주니어 “백업 계획 있다” 항변

대선 승리 뒤 새 행정부 구성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파격인사로 전 세계에 충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새 발탁인사에 대한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속전속결로 지명한 일부 인사들이 의회 인준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의 성비위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그의 법률대리인이 헤그세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에게 사건을 비공개한다는 계약의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지급한 액수와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의혹은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한 헤그세스가 이날 밤 머물던 숙소에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는 합의금을 준 것이 당시 뉴스 진행자로 일하던 폭스뉴스에서 해고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고, 오히려 협박당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AP연합뉴스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는 맷 게이츠 지명자에 대한 불안감도 공화당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현역 하원의원인 게이츠는 과거 17세 여성을 상대로 성 매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하원 윤리위의 조사를 받았다. 게이츠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곧바로 의원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윤리위보고서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마크웨이 멀린 상원의원이 이날 NBC와 인터뷰에서 게이츠에 대한 하원 윤리위 보고서를 상원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전 콜린스, 존 코닌, 톰 틸리스 등 당 중진들의 요구도 터져나와 어떤 형태로든 보고서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망했다. 이 경우 게이츠 지명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지속될 여지가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대한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된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 지명자의 사촌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호주 주재 미국대사가 이날 캔버라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그동안 밝혀온 백신접종에 대한 견해를 “위험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이은 인사 논란이 트럼프 당선자 특유의 즉흥적 인선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 아메리칸대 코고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마칙 학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5일 대선 이후 장관급 내정자 12명을 발표하는 데 평균 8일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명을 인선할 때까지 40일가량이 걸렸으며, 심지어 트럼프 당선자가 2016년 1기 집권할 때보다 이번 인선 속도가 4배 빨랐다고 마칙 학장은 분석했다. 이런 인선 속도 차이에 대해 마칙 학장은 “바이든, 오바마, 부시는 제대로 수립된 심사 절차를 따랐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런 규범을 날려버렸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심사나 조사 또는 상원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내각 인사를 발탁 중”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런 트럼프 당선자의 2기 내각 인선이 “의도된 것”이라며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알고 있다”고 2기 내각 인선 과정을 옹호했으며 “백업 계획이 있다”고도 항변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또한 이날 CNN방송에서 “의도된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인사를 평가했다.

이런 인사 속도전에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갖은 논란에도 충성심이 높은 인물들을 거침없이 지명하는 것이 결국 위법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 낙태권 등 논란의 공약을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서필웅·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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