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도 칼럼] 따로 또 같이, 대학도 부산도 더 잘 사는 길
지·산·학 상생안 찾아내고 시민이 중요성 인정토록
부산교육대학교는 오는 26일 ‘2024 부산형 IB교육 글로벌허브 비전 선포식’을 연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은 미래 공교육 방안으로 제시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창의력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려는 방식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하는 외교관 자녀들을 교육하려고 시작됐다. 초·중·고교 프로그램이 있는데, 고교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은 세계 100개 이상 국가의 5000개 넘는 대학 지원 자격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IB교육 관심도가 높다. 이를 위해선 IB인증교사가 필요하다. 부산교대가 내년부터 IB인증교사 양성에 나선다. 부산형 IB교육 과정을 만들어 교육개혁에 힘을 보탠다. “지금 교육 문제 핵심이 학력 신장이라면 미래형 교육 문제 핵심은 탐구 학습이다. 탐구 학습은 IB교육의 핵심이다.” 박수자 부산교대 총장 말이다. 이 선포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부산교대는 이에 더해 캠퍼스 전체를 미래교육도시용 캠퍼스로 탈바꿈한다. 유아부터 초·중등, 평생 및 특수교육을 아우르는 교육 허브와 에듀테크 산실이 되는 것이다. “부산교대 캠퍼스에 미래시민교육원 산학협력단 등을 집적하고 가능하다면 부산연구원을 비롯한 부산의 싱크탱크도 유치하겠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이 그리는 그림이다.
부산교대 비전은 부산대와 통합이 밑바탕이다.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두 대학 목표는 종합 교원 양성과 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으로 압축할 수 있다.
부산대 지향점도 뚜렷하다. 해양기후테크, 극한환경용 반도체, 방산테크 등이다. 유라시아 육로와 북극항로 출발점, 동남권 경제 중추라는 지정학적 특성에 맞춘 특화다. 해양기후테크가 그래서 나왔다. 극한환경 반도체는 전력 반도체나 차량 반도체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 부산대는 최근 900억 원대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이를 구체화한다.
대학의 변화 몸부림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인구 및 지역 소멸 위기가 촉발했다. “지난해 신생아가 24만 명이고 올해 대학 정원이 56만 명이다. 신생아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몇 개 대학이 남아있겠나?” 장제국 동서대 총장 지적이다. 한 술 더 떠 애써 키운 인재 가운데 70% 이상이 일자리 때문에 부산을 떠나겠단다. 부산은 배우는 곳(대학)과 소비하는 곳(상권), 일하는 곳(직장)의 불일치가 심하다. 부산은, 부산 대학들은 이처럼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동서대는 동아대와 함께 지난 8월 ‘글로컬대학’ 2년차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부산시와 대학 공동 이익을 실현하는 ‘부산 개방형 연합대학’ 비전을 제시했다. 에너지테크 바이오헬스 문화콘텐츠 부산헤리티지 등 4대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부산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부산엔 14개 대학과 8개 전문대가 있다.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을 합한 부산시 ‘교육인구’는 23만5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7%를 웃돈다. 부산은 교육도시라는 이야기다. 대학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한 부산의 자산이고 미래의 버팀목이다. 글로컬 대학과 자체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모든 대학에 애정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대학이 경제나 인적자본 사회공헌 등 부산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수치로 입증된다. 동아대를 예로 들면 한해 생산유발효과 347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785억 원, 취업유발효과 2720명에 달한다. 그러니 ‘대학이 살아야 부산이 산다’는 명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는 지난 15일 국제신문 BNK금융그룹 주최 ‘2024 지역경제 기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동아대 오지영 ESG지역혁신연구소장이 ‘대학의 지역경제 기여효과 분석’을 발표했다. 이어서 최 부산대 총장, 박 부산교대 총장, 장 동서대 총장, 강대성 동아대 부총장이 신현석 부산연구원장 사회로 특별대담에 참여했다.
이날 두드러진 혁신의 계기는 대학이 지자체 기업과 만드는 지·산·학 상생 생태계다. 각자도생으론 코 앞에 닥친 쓰나미에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진다. 각 대학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되 중복 투자를 막고 공동 대응할 분야엔 힘을 모아야 한다. 지·산·학의 한 축인 부산시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가 본격적으로 광역시·도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육부 주요 대학 지원 사업을 부산시가 담당한다. 그만큼 부산시가 힘쓸 부문이 많다. 현재 1만 명을 훨씬 웃돌며, 앞으로 더 늘어날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공동 기숙사를 역세권에 지어달라는 대학 요구가 한 예다.
대학이나 부산시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부산 시민이 부산 대학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이 인재 양성과 혁신의 주체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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