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랠리에 드러난 한국증시 약점, 해결책 뭔가

2024. 11.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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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가 수렁에 빠지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어제 증시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펀드 2000억 원을 투입하고 3000억 원 정도의 추가 펀드 조성을 추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이 "증시 낙폭이 과도하다"고 진단했으나 투자 심리 회복은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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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비트코인으로 자금 이동
주주환원 확대·경제 구조개혁 시급

최근 국내 증시가 수렁에 빠지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어제 증시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펀드 2000억 원을 투입하고 3000억 원 정도의 추가 펀드 조성을 추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정책 자금을 투입해 증시 부양에 나선 것이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8일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52.21포인트(2.16%) 오른 2469.07이었다. 지난 14일 ‘4만 전자’로 추락했던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발표로 5만6700원(5.98%)으로 오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가 2% 넘게 상승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이 “증시 낙폭이 과도하다”고 진단했으나 투자 심리 회복은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대선 이후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 수익률은 최하위권이었다. 코스피는 미 대선 후 지난 주말까지 6.2%, 코스닥은 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G20 중 아시아 국가들의 하락 폭은 중국이 1.7%, 인도가 2.4%로 우리보다 작았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뒤 가상화폐, 에너지·방산주를 주축으로 돈이 미국 증시에 몰리는 트럼프 랠리 때문에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20조 원 넘어 코스피·코스닥 시장(19조 원)을 웃돌았다. 개미투자자의 국장 탈출이 이어지면서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이 연초 59조4948억 원에서 지난 15일 50조6129억 원으로 줄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00억79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자금 이탈은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지난 14일 정부의 구두개입 경고에도 이날 오후 3시30분 원달러 환율은 1395.5원으로 여전히 1400원대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12월 28일 1288.00원)보다 8%이상 올랐다.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트럼프 랠리’를 따르는 단기적 측면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국내 증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남들 오를 때 못 오르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지는 것은 국내 증시의 오랜 행태였다. 정부가 한국 증시 체질 개선을 하려 ‘증시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역시 기준이 모호하고 기존 지수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증시 부양책으로 이날 내놓은 ‘밸류업 펀드’가 제 역할을 할지 걱정스러운 이유다.

트럼프 정부 2기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 증시가 힘을 못쓰는 또다른 까닭이다. 높은 물가와 고령화 등으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환율과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단기적 처방에 급급할 게 아니라 주주환원 정책 확대, 경제 구조개혁 작업, 내수 부양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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