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바람 앞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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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적 제도와 관행이 참혹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졌고, 서민을 살리는 경제는 무너졌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훼손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국민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은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 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교수 대학생 종교인 보건의료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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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적 제도와 관행이 참혹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졌고, 서민을 살리는 경제는 무너졌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훼손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부산·울산·경남 교수·연구자들이 지난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읽은 시국선언문의 일부다. 652명이 선언에 동참했다. 이날 고려대 교수 152명도 시국선언에 합류했다. 이들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한양대 교수들은 “대한민국은 언제든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풍전등화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은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를 시작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가 경희대 한국외대 가톨릭대 충남대 인천대 숙명여대 아주대 대구대 안동대 등 50여 곳, 2000명을 넘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있기 전 대학생들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지역 1205명의 대학생이 지난달 22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선언을 했다.
시국선언은 어떤 집단이 정치적 중대 사안에 견해를 알리는 것이다. 주로 교수나 종교계 인사들이 나선다. 지금은 시국선언한다고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화 이전에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결기가 있어야 했다. 요즘에는 관심이나 이익의 유무에 따라 동참 여부를 결정한다. 교수나 종교 지도자 등 여론주도층이 아닌 일반인의 참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민주화 시대인 만큼 정치적 의사 표현이 그만큼 자유로운 것도 한몫했다.
이명박(MB)·박근혜 정부에서 시국선언 참여자가 많았다. MB 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교수 대학생 종교인 보건의료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2009년 6월에만 93개 대학 4500여 명의 교수를 포함한 각계 인사 1만 명 이상이 선언에 동참했다. 박 정부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2016년 10월 하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과 종교단체,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모임까지 선언에 참여할 정도로 국민적 열기가 뜨거웠다.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져도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을 땐 선언보다 강한 것이 뒤를 이었다. ‘촛불’처럼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현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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