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해상풍력, 국내 공급망 강화 더 필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풍력발전 용량이 2030년 14.3GW이지만 2023년 현재 누적 발전량은 0.1GW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할 것 없이 태양광 보급,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급속히 증가시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는 유독 석탄발전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공급은 지체되는 국가이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기업들은 전력소비의 66.3%를 재생에너지로 쓰고있지만 국내 생산 기업들은 8.7%만 사용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단지 개발도 지체되고 인허가 기준도 까다롭다. 부품 소재로부터 최종재에 이르는 모든 가치사슬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는 RE100 수요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지체로 이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활용 유무로 수출장벽이 만들어진다면 국내기업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올해 들어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중요한 의제로 설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에 따르면 2024년 말부터 2026년까지 총 7~8GW 물량의 입찰공고가 있을 예정이다. 해상풍력 1GW 물량 건설에 6조 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전체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더불어 관련 산업의 성장 기회가 열리고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연평균 10% 내외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미래 먹거리란 말이다.
해상풍력의 가치사슬 구조는 복잡하다. 하부구조물을 바다 표면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터빈타워를 세우는 ‘고정식 해상풍력’은 터빈타워 하부구조물(부유체) 전력인프라 건설 유지보수 순으로 부가가치 비중이 크다. 부유체를 해상에 띄워 그 위에 터빈타워를 얹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하부구조물 터빈타워 전력인프라 순으로 부가가치가 크다.
우리나라는 부유체를 비롯한 하부구조물, 전력 케이블 제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부구조물은 조선업(해양플랜트)과 기술적 연관성이 높아 부울경 소재 조선사들이 세계적인 공급자가 될 것이다.
반면 부가가치 비중이 가장 큰 터빈타워는 베스타스나 지멘스와 같은 해외기업들을 추격하는 상황이며, 전력 그리드의 운영시스템 개발에서도 아직 세계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터빈타워는 발전터빈(넉셀) 로터-블레이드 인버터 타워(구조물)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변화하는 해양환경 속에서 장기적 구동을 위해서는 양질의 부품-소재로 제작돼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설계역량은 있지만 핵심 부품·소재 다수는 해외에서 조달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터빈 등 풍력 기술 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국내 풍력단지 조성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실행을 통한 학습’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터빈제조 기술은 ‘기계 산업의 꽃’이라 불릴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선두주자를 추격하기 어려운 분야다. 가스터빈뿐만 아니라 풍력터빈도 마찬가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MW를 개발했고, 현재 국내 협력사들과 10MW 터빈 개발을 진행중이다. 반면 세계적인 선도기업들은 15MW 개발이 끝나 해상풍력 단지들에 투입될 예정이다. 비록 한국이 추격자지만 신규진입자로서 10MW 터빈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한국 제조업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8월에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해상풍력 2차 입찰공고에서는 해상풍력 국내 공급망 강화와 일자리 창출 기여 배점을 확대했는데, 이로 인해 국내 해상풍력 제조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가격변수만을 중요하게 여겼던 1차와 달라진 점이다. 또한 산자부는 2025년 발전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따로 입찰공고를 낸다. 발전공기업들은 가격 등 경제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터빈 타워 제조생태계 강화, 부품 국산화 등에 적합한 사업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탈탄소 이행과 제조업 고도화는 병행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 부문이 시장을 열어 국내 기업을 진입하게 함으로써 해상풍력 관련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이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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