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류 목적 아닌 ‘진정한 난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해야”

박혜연 기자 2024. 11.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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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은 18일 오후 법원 청사 청연재에서 ‘난민재판의 현황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강좌를 개최했다. 현행 난민재판의 문제와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2022년 3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난민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행정법원이 난민재판의 소송 대리인·수행자 등을 한 자리에 초청한 것은 2013년 개원 15주년 기념행사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난민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변호사, 소송수행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정법원은 세금 부과나 산업재해 인정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곳이다. 법무부의 ‘난민불인정 결정’에 불복하며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외국인들도 행정법원에 소송을 낸다.

난민재판실무연구회 회장 김영민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이날 “체류 연장만을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에 대한 집중적 심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행정 사건 3만2663건 중 난민 사건은 6296건(19.3%)이다. 1심 행정 사건 중 난민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지만 2심에선 26.2%, 3심에선 41.8%에 달한다. 즉, 판결에 수긍하기보다는 상소(上訴)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국에 머무르기 위해 소송을 남용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난민 소송을 3심까지 진행하는 동안에는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어, 난민 소송을 일종의 체류 수단으로 악용하는 셈이다. 일부는 패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또다시 난민 신청을 하며 수년 간 ‘버티기’에 나서기도 한다.

김 부장판사는 “진정 난민으로 인정받고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상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심 때와 청구 사유를 똑같이 내는 등 체류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소송하는 이들도 분명 많다”며 “난민재판 남용하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허준기 판사는 “현재는 난민 신청을 한 원고가 2회 이상 재판에 불출석하는 경우 재판부가 바로 선고기일을 정할 수 있는데, 난민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1회 불출석 만으로도 선고하도록 하는 등 효율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난민 신청자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법원이 선입견 없이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재판의 입증 책임은 원고(외국인) 본인에게 있지만, 이들 중 90%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고 홀로 소송을 진행한다”며 “정말 난민의 사유가 있더라도 언어·법률 지식의 한계에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난민 신청자도 ‘국선변호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측 모두 난민재판에서의 통·번역 문제를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영어 외 특수 언어는 특히나 통역인을 구하기 어려워 기일이 밀리기도 한다”며 “난민재판이 특정 요일에 몰려서 난감하다는 변호인, 소송 당사자의 사정을 알고 있지만 통역인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에 재판을 몰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한 인권 변호사도 “법원 홈페이지 일부 서비스는 한국어로만 제공이 돼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며 “판결문을 한글 외 다른 언어로 번역해 볼 수 있는 제도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난민으로 인정된 자가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본국으로 강제 추방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일부 사례들로 선의의 난민 신청인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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