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재정적자…방탄·쪽지 예산 올인 정치권

김세희 2024. 11. 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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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예산 정쟁'(政爭)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8일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677조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증·감액 심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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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예산 정쟁'(政爭)으로 치닫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 예산', '방탄 예산' 사수에만 몰두하고 있다. '쪽지 예산'도 여전하다. 22대 국회 첫 예산심의인 만큼, '알박기성' 지역구 민원 예산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정부 재정 적자 폭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육박했다. 여야가 정쟁을 지양하고 중복·비효율 예산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8일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677조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증·감액 심사에 돌입했다.

여야는 각각 '윤석열-김건희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칼질을 예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경호처 예산과 특활비, 정부의 '비상금'격인 예비비를 삭감 대상에 올렸다. 또 마음 건강 지원사업, 개 식용 종식,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예산, 대왕고래 가스전 예산 등을 삭감할 방침이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검찰 특활비와 특정 업부 경비를 전액 삭감했다.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재난 안전, 재생에너지 등 이 대표를 상징하는 사업 관련 예산에 대해선 대폭 증액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을 다시 증액하겠다고 선포했다. 또 이재명표 예산은 '재정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검찰·경찰 등의 특활비를 대폭 삭감한 것을 '보복성 삭감'이라며 "이 대표 방탄을 목적으로 한 일방통행식 '묻지마 삭감' 예산은 인정될 수 없고 정부안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등 7개 분야 주요 34개 민생사업의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년 반복해 온 예결위 소소위 차원의 '밀실 심사', '쪽지 예산' 논란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 등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임의 협의체로, 기록도 남기지 않고 수십조원의 예산을 다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소소위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되풀이됐지만, 올해도 결국 여야가 정쟁 속에 제도 개선을 미뤘다.

나라 살림살이는 이미 적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1조5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조9000억원 불어난 규모다. 내년도 적자규모도 80조6000억원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산안에 담긴 사업 중 661건의 예산 조정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정호 예산분석실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사업계획 부실 99건, 과다·과소 추계 100건, 집행가능성 미흡 118건, 유사·중복 27건 등 총 661건의 예산 조정 및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지금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며 "적자 재정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재정준칙을 법제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적자가 계속 방치되면 국민과 후속세대에 부담이 되고 전체 공적자본이 멈출 수도 있다"며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국가의 살림살이만 놓고 논의할 수 있는 '여야당정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국회의장 주도하에 별도의 협의체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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