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에코백이 친환경?… 탄소저감효과 따져봐야
완전한 플라스틱 대체 불가
친환경도 과학적 증명 안돼
시멘트 연료로 재활용 필요
플라스틱 생산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플라스틱 실태를 파악하고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자원 재순환을 대폭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다 오히려 비용이 더 늘어나거나 환경오염이 심화되는 주객전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려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총량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지식사회연구회와 매일경제·MBN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국민의 작은 행복을 지키기 위한 플라스틱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이날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기보다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밝혔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는 "생수병을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근거로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폄하하는 논리를 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유엔 주도의 부산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앞두고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재사용·재활용·대체 등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노력은 '이념'이 아닌 '과학'과 '기술' '산업'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텀블러, 에코백 등 이른바 '에코 제품'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검토해 '그린워싱' 전략으로 남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권오남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에코 제품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이 제품들이 진정으로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미국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 연구소 데이터를 인용해 일회용 종이컵 대비 소재별 텀블러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비교했다. 그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17회, 세라믹 텀블러는 39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1000회 사용해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일회용 종이컵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플라스틱 제품 대비 기타 소재 텀블러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특별히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에코 제품에 대해 친환경 이미지로만 여기지 않고 사용 패턴이 환경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수치화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연료화 방안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폐플라스틱 자원 순환화와 환경정책'이란 주제로 발표한 이창기 한국시멘트신소재연구조합 이사장은 "2021년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193만t으로 11년간 2.5배 증가했지만 국토 면적이 부족한 만큼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매립량 감축이 시급하다"며 "폐플라스틱을 시멘트 연료로 재활용해 산림 개발을 최소화하고 시멘트 생산을 효율화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사용하면 연간 5031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성윤 충남대 유기재료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이 주를 이룬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목질과 해조류 등을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석유화학의 가격 경쟁력이 한계에 달한 만큼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인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종이 등 소재가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사용되지만 특정한 경우 환경에 더 큰 부하가 될 수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사용에 따른 '환경적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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