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발 완전자율주행 급가속, 한국은…

로보택시 출시 등 '레벨4' 속도
한국은 테스트 시설도 못 갖춰

테슬라 사이버캡.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유세장에서 점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교통부의 우선순위 정책으로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테슬라의 2026년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출시와 함께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4' 자율주행 시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발 빠르게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시적인 규제 완화로 제한적인 실증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제도적 기반도 빈약하고 관련 시설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인사들이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연방 틀을 교통부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 교통부 산하 도로안전국(NHTSA)는 현재 제조업체가 허가를 받아 연간 배치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수를 2500대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머스크의 합류를 계기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당국 차원의 적극 지원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미국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지원을 적극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비야디(BYD) 등 9곳의 완성차 기업이 '레벨3'의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하도록 허가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아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가 지난 2월과 3월 공포한 자동차관리법,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안을 통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추진의 기반이 마련됐으나, 아직 여러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성 평가 표준 수립 미비, 불투명한 사고 책임, 영상 데이터 활용 제한 등이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조사 처리지침(가칭)'을 연내 마련한다는 계획이며, 영상 데이터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원본 영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차원의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유의미한 규제 완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시험 방법 표준화도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 표준화 추진 전략'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추가적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 전반에 대한 시뮬레이션, 주행시험장 테스트, 실제 도로 실증 등 광범위한 테스트 수행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 기 구축된 시험시설들은 아직 레벨2 이하의 초보적인 자율주행 기능 판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셔널과 함께 개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2026년께 미국에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비식별법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영상을 기업이 활용할 수 없는 등 다수의 규제가 기술개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기업이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 이로 인해 기술 유출은 물론 이후 상용화됐을 때도 수익이 해외로 이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