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영화 '괴물'의 메시지…"교육 문제 하나로 규정할 수 없어"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이 최근 다시 개봉했습니다.
다양한 교육 문제를 녹여낸 작품으로 우리 학교 현장에도 시사점이 많은데요.
박은선 변호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ㅁ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괴물' 먼저 대략적인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박은선 변호사
영화는 두 소년과 주변 사람들의 얘기인데요.
다만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답게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인가 돼지인가?" 주인공 미나토는 이런 엉뚱한 질문을 엄마한테 하게 됩니다.
미나토는 갈수록 더 이상합니다.
옷이 엉망이 돼서 집에 오기도 하고요, 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채 오기도 합니다.
미나토의 물통에는 흙이 가득 차 있고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기도 합니다.
급기야 달리는 차에서 미나토가 뛰어내리려는 그런 위험한 모습까지 보이게 되죠.
미나토가 대체 왜 이럴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미나토를 힘들게 하는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미나토의 엄마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요, 다음에는 미나토의 선생님인 호리 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미나토와 그 친구인 요리의 시선으로 내용을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괴물이 학교폭력, 교권 침해, 아동학대, 또 성소수자 문제 이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꾸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영화에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이 많은 여러 가지 교육 문제가 담겨 있는데요.
먼저 학교폭력 문제 어떤 식으로 묘사되고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아이가 몸에 상처가 있다, 또 등교를 계속 거부하고 몸이 아프다고 한다 또는 물건을 자꾸 잃어버린다 이런 것들은 학교 폭력 또는 교사에 의한 학대의 징후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미나토가 이런 이상한 징후를 보이니까 엄마가 곧바로 학교를 찾아갑니다.
더욱이 미나토가 모든 것이 호리 선생님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교장실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는데 학교의 반응이 이상하죠.
진지하게 문제를 접근하고 또 선생님과 상담을 길게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는 오로지 호리 선생님에게 책임 추궁을 합니다.
꼬리 자르기를 하듯이 선생님을 학부모들 앞에서 공개사과하게 하고 급기야 사표까지 제출하게 합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 행정의 문제도 담겨져 있는 건데, 그런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이 영화가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내용은 또 아닌 것 같은데요.
박은선 변호사
미나토 엄마 입장에서는 괴물이 선생님이고 학교지만 선생님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선생님은 학대는커녕 오히려 문제 행동을 학생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그런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호리 선생님의 눈에 미나토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그리고 요리는 몸이 작고, 그런데 이 아이는 이제 미나토의 괴롭힘을 받는 보호가 필요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입니다.
선생님은 당연히 교사로서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이럴 수밖에 없는 거죠.
오히려 미나토의 엄마는 호리 선생님이 미나토를 학대했다면서 강하게 항의를 하고, 그리고 학교는 선생님을 감싸주기는커녕 누명을 벗기고 교권을 바로 세워주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부터 결국 사표까지 받아내죠.
이 점에서 이 영화는 교권 침해 문제를 다룬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사실은 아동학대, 학교폭력, 교권침해 이런 것들 모두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 어떤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건 어떤 의미인 걸까요?
박은선 변호사
영화 후반부에 반전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정말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 대한 그런 분노를 억누르면서 정상적인 가정이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엄마에게 미나토는 자기 속마음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매일같이 때리는 아빠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요리 이 아이도 너무나 힘듭니다.
이 두 아이는 서로의 결핍 때문에 서로 강하게 당겼고 그리고 이 아이들은 숲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너무나 행복해 합니다.
그리고 미나토가 요리에게 학교 폭력을 가한 것처럼 보였던 그 장면은 사실 둘이 우정이 선을 넘어가는 그런 경계에 다다르니까 미나토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괴로워하면서 그런 괴로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요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면 내가 정상이 아닌데 내 머릿속에 괴물이 들었나 이렇게 미나토가 괴로움을 표현한 것을 어른들이 오해한 거죠.
서현아 앵커
여러 가지 교육 문제들을 건드린 다음에 이런 반전에 이르게 된 의도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제 생각에는 우리 모두가 교육 주체들 중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괴물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어디에도 괴물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너무 쉽게 괴물을 단정하고 어떤 문제, 교권 침해나 학교 폭력 이렇게 딱 규정을 규격화하는 것을 조금 경계해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이초 사건 당시 우리가 선생님들께서 '내 아이 기분 상해'가 곧 아동학대는 아니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힘들다고 무조건 그것이 아동학대가 아니듯이 선생님이 마음이 아프시다고 무조건 교권 침해는 아니고 또 친구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 괴롭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 그 친구를 무조건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이유는 전혀 다른 데에 있을 수도 있는데 복잡한 상황을 학교폭력의 틀, 교권 침해의 틀 이런 식으로 하나의 문제로만 규정하려고 하면 교육 주체들이 서로에게 괴물이 되고 또 진정한 해법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관점을 달리한다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으니까 우리 교육 주체들이 서로의 입장을 얘기 나누면서 화해로 나아가는 그런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영화의 가장 큰 교훈은 이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건데요.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말씀해 주신 것처럼 여러 관점을 통해서 바라보고 입체적으로 소통한다면 조금은 더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