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팔란티어, 더 오른다?"…차익 실현 대신 추격 매수[서학픽]
서학개미들이 뒤늦게 테슬라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추격 매수하며 큰 폭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13주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 결과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4주만에 순매수 전환했다.
하지만 팔란티어처럼 최근 주가가 거의 수직 상승하고 있는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클래스A, 메타 플랫폼스 등의 빅테크 기업들은 대선 후 트럼프 랠리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대거 순매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월7~13일(결제일 기준 11~15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억128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지난 3주간의 순매도에 뒤이은 순매수 전환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0%, 나스닥지수는 1.3% 올랐다. 하지만 이후 14~15일 이틀간 S&P500지수는 1.9%, 나스닥지수는 2.9% 조정을 받았다.
대선 직후 랠리 막바지인 지난 7~13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는 주가가 급등한 테슬라와 팔란티어, 암호화폐 관련 주식 및 ETF(상장지수펀드)에 집중됐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압도적으로 많은 2억9597만달러 순매수했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6105만달러 순매수했다.
대선(5일) 직전과 대선 결과가 나온 당일인 지난 10월31일~11월6일 사이에 테슬라를 1억7166만달러, TSLL을 7623만달러 순매도한 것과 180도 바뀐 매매 양상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자율주행차(FSD)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테슬라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7~13일 사이에 14.5% 급등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6일에 14.8% 급등한데 이어 랠리가 지속된 것이다. 다만 14~15일 사이에는 2.9% 하락하며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1일 350달러까지 올랐다가 15일 320.72달러로 마감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말만 해도 테슬라는 주가 250달러 안팎에서도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며 순매도됐는데 이젠 300달러 위에서도 매수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 주가가 단기 급등해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 때문인지 테슬라 곱버스 ETF도 순매수됐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반대로 2배 따르는 티렉스 2배 인버스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Z)가 4145만달러, 트레이더 2배 숏 테슬라 데일리 ETF(TSLQ)가 2914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대선 이후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팔란티어도 추격 매수하며 지난 7~13일 사이에 7398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팔란티어는 이 기간 동안 9.3% 올랐다. 팔란티어는 지난 15일에도 11.1% 급등해 대선 당일인 5일부터 15일까지 9거래일 동안 주가 상승률이 58.8%에 달한다.
서학개미들은 대선 후 트럼프 랠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S&P500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뱅가드 S&P500 ETF(VOO)도 7140만달러 순매수했다. 대부분의 종목이 주가가 너무 올라 매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자 지수를 따르는 ETF를 통해 랠리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주는 대선 후 랠리가 진행되는 중에도 별다른 상승세를 누리지 못한 가운데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가 4809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데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6거래일 연속 26.4% 급락했다. SOXL은 3배 레버리지 ETF인데도 지난 5~7일 사이 대선 후 랠리 때 19.6% 오르는데 그쳤다. 3일간 높은 수익률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다른 종목들이 오른 것에 비하면 크게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서학개미들이 12주 연속 순매도했던 엔비디아를 13주만에 3570만달러 순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엔비디아는 지난 7일 148.88달러로 마감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긴 했지만 대선 이후 주가 수익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20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1일 새벽)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 관련 종목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3개 포함됐다.
암호화페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코인베이스 콜옵션은 매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코인베이스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CONY)와 비트코인 자산이 많아 비트코인 수혜주로 꼽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각각 5154만달러, 469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또 이더리움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2배 이더 ETF(ETHU)를 3371만달러 순매수했고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비트코인 현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BITU)도 3066만달러 순매수했다.
반면 서학개미들이 지난 7~13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아이온큐였다. 아이온큐는 이 기간 동안 주가가 62.7% 폭등하면서 차익 매물이 쏟아져 1억558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증시 랠리 기조 속에 상승세를 지속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1억4970만달러 순매도됐다. TQQQ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른다.
대선 후 트럼프 수혜주가 급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부진한 애플(-817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7000만달러), 알파벳 클래스A(3924만달러), 메타 플랫폼스(-3125만달러)는 일제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또 AI(인공지능) 수혜를 받고 있는 반도체주인 브로드컴과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을 각각 2876만달러, 2642만달러 순매도했다.
이외에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가 3098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트럼프 집권 2기 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으로 국채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한 가운데 미국의 장기 채권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도 2920만달러 순매도됐다.
TMF 가격이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TMF를 샀던 투자자들이 손절매한 것으로 보인다. 국채 가격은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TMF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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