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트럼프 2기의 한미 원자력 협력

2024. 11.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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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영 K정책플랫폼 에너지연구위원·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본부장

트럼프 2기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는 한미 원자력 협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기조는 철저히 실용적 이해관계와 거래 중심의 접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 협력에서 새로운 기회와 함께 도전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한미 원자력 협력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모색해 보자.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원자력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전망하려면 지난 트럼프 1기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새로운 제안으로 맞섰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 일화는 트럼프가 자신이 만족할만한 거래가 아니면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가 트럼프 2기 시대의 미국과 원자력 협력을 논의할 때 유용한 참고 사항이 될 수 있다. 트럼프와 같은 거래 중심의 지도자와 협력할 때, 우리가 미국과 주고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적, 경제적, 외교적 자산이 없다면, 협상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우리나라와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상업적 경쟁력이 약한 대형 원전의 경우 한미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시장 지배를 막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명분과 실리, 전략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다양한 협력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한다. 현 상황에서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된 폄훼나 원천기술 논쟁은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협상에 나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또한,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서 필수적인 사업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향후 SMR이 본격 사업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SMR 시장에서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우리에게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회피하려면 미국이 다양한 SMR의 설계, 제작,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 우리 기업이 긴밀하게 참여하는 한편,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의 SMR 사업에도 한미간 자본과 기술을 결합시켜 공동의 사업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사업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자본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협상의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가지지 못한 것, 혹은 아쉬워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원전의 경우 지속적인 제작과 건설을 통해 우리의 가격경쟁력과 튼튼한 공급망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개발 경쟁이 치열한 SMR의 경우 기술의 조기 실증과 개선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기술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협력의 조건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의 명확한 거래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에서 이 교훈을 적용하려면, 거래 가능한 강점을 확실히 준비하고 이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 협상은 공정하고 상호 이익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원전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강력한 제조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의 협상을 위해 지금은 우리가 실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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