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美에 `디지털치과` 심는 벤처… "`코딩·협업` 강한 개발자 덕분"

안경애 2024. 11.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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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서울 출신 개발자 6명 주축
치과 3D 설계솔루션 개발나서
문제 해결과정서 원활한 소통
우수한 실력으로 난제 풀어내
송준호 알고리즘코리아 개발총괄실장
송준호 알고리즘코리아 개발총괄실장

알고리즘코리아

지난 15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가산동 알고리즘코리아. 치과용 3D 설계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들어서자 개발자들이 모니터 앞에서 3차원 상에 펼쳐진 치아 구조를 들여다 보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 입구 한켠에는 치과 치료와 임플란트 시술에 필요한 디지털 솔루션이 전시돼 있었다.

알고리즘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디지털치과 및 임플란트 기업 트루어버트먼트가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위해 2020년 11월 한국에 설립한 회사다. 임플란트는 치아의 뿌리 역할을 하는 '픽스처', 치아 형태의 '크라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어버트먼트'로 구성되는데, 환자 맞춤형 제조가 글로벌 추세다. 알고리즘코리아는 이를 위한 3D 설계 솔루션을 개발한다. 개발한 솔루션은 트루어버트먼트의 기술을 쓰는 해외 치과의사와 기공사들이 쓴다. 알고리즘코리아가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SW) 개발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창업한 이 회사가 빠르게 자리 잡은 데는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운영하는 '42서울' 출신 개발자들이 탄탄하게 포진한 덕분이다. 전체 직원 22명 중 15명이 개발자인 이 회사에서 42서울 출신이 6명이다. 42서울 출신 개발자들은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우수한 실력 덕분에 개발에서 주축을 담당한다.

송준호 알고리즘코리아 개발총괄실장은 "SW 전공자 중에서도 탄탄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창업하다 보니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수소문을 하다가 2023년 42서울을 알게 돼서 그해 3명을 뽑고 올해 3명을 더 뽑았다. 덕분에 솔루션 개발에 진척을 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치과용 디지털 솔루션 전문가인 송 실장은 42서울 출신들의 강점에 대해 C언어를 다룰 줄 아는 점과 빠른 업무 습득력을 꼽았다.

여기에다 보통 신입 개발자를 뽑아서 자기 몫을 하는데 10개월 정도가 걸린다면 42서울 출신들은 절반 정도면 끝난다는 게 송 실장의 얘기다. 누군가의 가르침도 교과서도 없이 난제를 동료들과 협업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 실력을 쌓은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문제해결과 협업 능력도 커진다.

송 실장은 "개발자들은 내성적인 경우가 많고 말수도 적다. 먼저 다가가는 것에도 서툴다. 그렇게 혼자 4~5일간 개발했는데 방향이 틀리면 무용지물이 된다"면서 "그런데 42서울 출신들은 맡은 과제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해결점을 찾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한다. 교육 과정에서 동료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경험이 쌓인 덕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발현장에서 갈수록 중시되는 것이 협업능력이다. 개발과제의 규모가 커지고 속도가 빠를수록, 변화가 심할수록 협업은 필수다. 그러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협업경험을 갖춘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송 실장은 "공대생들은 대화체부터 다르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하는 이들도 많다. 1, 2년 단위 프로젝트를 꾸려서 하면서 결과를 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더더욱 많지 않다. 협동할 줄 모르는 이들은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들과 비교해도 42서울 출신들은 문제해결과 코딩 능력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송 실장은 "양질의 인력을 계속 많이 양성해 줬으면 한다. 앞으로도 42서울 출신들을 우선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42서울에 8기로 입학한 천웅재씨는 SW 전공자가 아님에도 교육과정을 경험하면서 개발실력이 일취월장한 경우다. 현재 알고리즘코리아 개발팀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다 SW개발로 결정했는데 막상 제대로 배우려니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코딩기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기초부터 단계를 잘 쌓아가며 배우고 싶어 42서울을 선택했다"는 천씨는 "42서울에서 코딩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원래 7기로 입소했다가 본과정에 들어가기 전 한달간 하는 예비과정(라피신)을 마친 후 본 첫 시험에서 탈락해 재도전한 끝에 들어간 42서울에서 천씨는 치열하게 공부했다. 교과서도 참고서도 없이, 가르쳐 주는 강사도 없이 교육생들끼리 문제를 들여다보며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보니 목마른 이들이 우물을 파듯이 지식을 파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해결과 자료탐색 능력이 길러졌다.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42서울 과정이 잘 맞았다. 동료학습도 재미있었다"는 천씨는 "비전공자로서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학원을 가도 쉽지 않다. 그런데 42서울에서는 함께 문제를 풀고 평가도 동료들끼리 해주다 보니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열심히 해야 탈락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실력도 급상승했다. 천씨는 "보통 1년 넘게 걸리는 공통과정을 8달 만에 끝냈다. 이후 심화과정을 4~5달 했다. 한달에 160시간 학습하면 되는데 200~300시간을 했다. 밤샌 날도 많았다"면서 "실력이 쌓이니 교육생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물으러 오고, 더 많은 이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웹 개발보다는 C나 C++를 쓰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천씨는 알고리즘코리아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42서울에서 쌓은 문제해결 능력이 빛을 발한다.

천씨는 "웹 개발과 달리 이 분야는 참고할 자료가 별로 없고 직접 부딪혀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직장 선배와 대화하거나 논문을 비롯한 문서를 뒤지며 도전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는 것을 경험한다"면서 "잘 찾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경험이 다 42서울에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42서울 출신들은 다른 개발자들과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 천씨는 "활발하고 대화를 즐기는 성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발자 취업시장이 한겨울이라고 하지만 실력 있는 이들에겐 기회가 열려있다. 일도 공부도 더 파고들고 싶은 욕심이 난다"는 천씨는 "좀더 치열하게 배우고 더 많이 일하고 싶다. 3차원 몰입형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메쉬 개발을 배우고, 가능하면 석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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