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각 사실상 차단”… 고려아연, 경영권 ‘표심잡기’ 힘 실리나
고려아연, 미래 성장성에서 우위
MBK, 인수후보 줄면 경쟁력 약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해외 매각이 사실상 차단돼 엑시트(투자금 회수) 셈법이 복잡해진 반면, 고려아연은 현대차·LG·한화 등과 공고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 놓은 만큼 미래 성장성에서는 앞선다는 평이 나온다.
현재 영풍·MBK 측의 지분율은 최윤범 회장 측을 5%포인트(p) 안팎으로 앞서고 있지만, 남은 16%의 일반주주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끝도 윤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산업기술로도 지정되면서 고려아연은 앞으로 정부의 승인 없이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거나,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과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자부 장관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뒤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최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된 점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전선 회사인 A사는 2019년 보유하고 있는 '500kV급 이상 전력 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선정되면서 당시 추진하던 해외 매각이 막혔고, 2년 뒤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국내 대형 공작기계 회사인 B사도 보유하고 있는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때문에 중국과 일본 기업 등에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인 MBK의 엑시트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물론 그 외 해외국가로 매각이 막힐 경우 인수 후보자가 그만큼 줄어들게 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20여조원으로, 영풍·MBK 보유 가치가 8조원가량 된다. 이를 감안하면 지분 전량 매각은 소위 '빅딜' 급으로 국내에서는 대기업에서도 일부만 가능한 규모로 평가된다.
이는 이사진 구성을 놓고 벌일 표 대결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는 영풍·MBK 측 지분율이 최 회장 측을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이지만 국민연금, 소액주주 등 16%의 표 향방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 가능하다.
고려아연의 경우 현재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주주환원율, 미래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 중으로 최 회장 체제가 공고해질 시 크게 달라질 변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LG·한화 등도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안정적인 협업 관계도 구축해 놨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서 "누가 이 회사를 경영해야 계속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책임감 있는 친환경·안전 경영을 할 수 있는지 주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MBK의 투자금 회수 셈법이 복잡해지는 만큼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입장문에서 "MBK와 영풍이 해외 우량 자산을 먼저 구조조정해 수익화를 도모하고 분할 매각 등을 활용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만든 다른 중요 기술의 해외 공유와 수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여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대규모 배당 정책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겨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점부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신속히 개선하면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말씀 드렸다"며 "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주운전` 문다혜 이번주 검찰 송치…경찰 "법리검토 마무리 단계"
- "얼마나 힘드셨을까"…반포대교 20대男, 경찰의 이 말에 마음 돌렸다
- "중국인, 모이면 시끄러운 빌런들"…서울교통공사 답변에 `발칵`
- "100원 내고 1억원 당첨" 한국서 27만명 몰렸다…탕웨이가 추첨
- `난장판` 동덕여대 몰래 침입한 남성들, 경찰 붙잡히자…"궁금해서"
- 트럼프2기 첫 재무장관 자리 놓고 `칼싸움`…머스크 입김 눈길
-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한동훈 국힘 대표 만나 "기업·노동 격차 해소해야"
- [기획] `눈덩이` 재정적자 속 또 판치는 `방탄·쪽지`
- GS 자이, 22년만에 새단장… 허윤홍 "고객 삶·감성 담아"
- “해외 매각 사실상 차단”… 고려아연, 경영권 ‘표심잡기’ 힘 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