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열린 '사기 콘퍼런스'…"금융계 등 민간 협력 필요"
19개 국가, 국제기구 참석해 사기 대응 논의
민간 대거 참여해 자체 노력 설명
"민관 협력 강화해야 조직적 사기범죄 척결 가능"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사기범죄가 국제적으로 확장하며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어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사기범죄에서 범죄를 조기 차단하려면 금융 분야 등 민간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목받았다.
경찰청은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제2회 사기방지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기방지 국제 콘퍼런스는 경찰청이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로 해외 정부와 학계, 관련 기관 등이 참석한다. 올해 브루나이, 캄보디아, 캐나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요르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파라과이, 태국, 영국, 미국, 베트남 등 15개 해외 정부와 영국과 미국, 호주 등 학계에서 콘퍼런스를 찾았다.
국내에서도 금융위, 은행연합회, 한국거래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정부·공공기관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 한국보험범죄연구회, 사기방지자문위원회 등 전문가들이 모였다.
특히 올해 콘퍼런스에선 민간 참가자가 많은 점이 주목할 만했다. 국내에선 △금융분야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교보생명 △통신분야 SKT, KT, LGU+ △플랫폼·가상자산분야는 네이버, 쿠팡 및 빗썸코리아, SAS코리아 등이 참석했다.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들이 신종사기 범죄의 현황과 대응책을 공유했다. 조슈아 제임스 UNODC 사이버범죄대응 조정관은 먼저 국제적으로 조직화되는 사기범죄조직의 행태를 짚었다. 그는 “카지노가 있는 곳에 스캠센터가 있는데, 스캠센터에 인신매매로 잡혀들어가 동원되는 이들이 있고 이런 시설을 폐쇄해도 다른 곳에서 생기게 된다”며 “돈 세탁이 국제적으로 벌어지는데, 메콩 지역 자금세탁 조직이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의 돈세탁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가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했는데, 은행규제가 탄탄하지 않아 은행 시스템에서 사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런 조직이 이제 정규 시장에 입지를 만들려고 하며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업자로 활동하는 범죄조직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등 민간은 사기를 막기 위한 자체 노력을 소개했다. 장두식 빗썸 시장감시실장은 “대량 자금이 입고, 입금됐을 때 범죄와 관련됐는지 자체 규제 기능을 통해 감시하고 있다”며 “대량 자금이 들어오면 내부 기준에 따라 소명을 요청하고 소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환조치한다”고 했다. 다만 “입고 관련 모니터링은 거래소가 자율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이용자에게 소명절차를 감지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소액에 대해선 추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서현종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부 cell장은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구축한 은행의 시스템을 설명했다. 그는 “39명 인원이 이상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피해 고객에 신속하게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검경 사칭에 약한 20대, 저금리 대출 등 대출빙자형에 많은 30~40대, 가족 사칭 등 메신저 피싱에 취약한 50~60대에 문진제도를 둬 사고 위험을 줄이고 오픈뱅킹 사고예방 시스템 등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자체적 노력과 더불어 관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조세프 호주법대 의장은 ‘조직적 사기에 맞서기 위한 정부와 민간 공동 대응 필요성’을 주제로 “호주는 국가사기방지센터를 설립해 민관 모두와 협력하며 전문 팀을 중심으로 사기범죄에 대응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공유하고 소비자를 교육하며 부문 간 조정하는 일 등도 하고 있고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성용 박사(인터폴 금융·반부패범죄국)는 “우리가 보낸 정보를 금융기관이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길 기대하는데, 피해자 입장에선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해주면 형사처벌 이전에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금융기관의 자발적 조치로 법적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법집행기관의 명령을 통해 보강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임종인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은 기조연설에서 “사기범죄자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딥페이크, 허위정보 생산 등 효율적으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며 “서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과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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