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행보 여자축구연맹 오규상 회장의 아전인수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기자 2024. 11.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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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5선 출마 자격을 승인받은 것을 해석하는 시각도 아전인수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5선 출마의 이유를 묻자, "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런 연맹 수장이 지난주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로부터 5선 출마 자격을 인정받자마자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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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수원FC 위민 감독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수원FC 제공

“나밖에 없다.”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

5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다른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기자의 말에는 발끈했다. 자신의 뜻에 거스르면 맥락과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받아들였다. 소통이 쉽지 않았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5선 출마 자격을 승인받은 것을 해석하는 시각도 아전인수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5선 출마의 이유를 묻자, “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이 말에 동의할 축구인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는 2009년 여자축구연맹 회장에 취임한 뒤 15년째 재임 중이다. 이번에 출마해 다시 당선되면 20년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희망을 주지 못했다.

오 회장의 재임 동안 여자축구 WK리그는 존재감을 잃었다. ‘월요일은 여자축구 보는 날’ ‘우먼 축구의 힘’ 등 한 때 여자축구 붐을 연상시키는 발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20살 여자월드컵 동메달, 17살 여자월드컵 금메달 등 영광스러운 기록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협회장 임기가 시작된 이래 여자축구의 경쟁력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올 시즌 WK리그 평균 관중은 200~300명으로 바닥권이고, A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20살 여자월드컵에서 16강, 17살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싸움을 멈췄다.

그럼에도 오 회장은 “여기까지 온 것도 감지덕지”라며 한술 더 뜬다. 그가 자랑하는 공적은 창녕WFC 창단이다. 그는 “2017년 대교축구단이 해체됐지만, 지자체와 문체부 등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창녕WFC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WK리그 8개 팀 체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맹 수장이 지난주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로부터 5선 출마 자격을 인정받자마자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내년부터 WK리그를 맡기는 힘들다. 우리는 아마추어 단체이니까 초중고대학 여자축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WK리그를 운영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면, 회장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맞다. 다시 출마한다면 침체한 WK리그 부활을 약속하거나, 대한축구협회 등으로 업무를 위임하기 위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가 ‘WK리그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을 알고도 그의 5선 출마 자격을 승인했다면 문제다. 만약 몰랐다면, 그런 뜻을 밝히지 않고 심의 문건을 올린 오 회장의 이중 플레이다.

여자축구는 성장 잠재력이 큰 종목이다. 최상급 무대인 WK리그의 활성화가 하부 단위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회장은 대안도 없이 무책임하게 WK리그를 내팽개치고 있다. 200명 가량의 선수가 활약하는 WK리그의 안정성도 떨어뜨리고 있다.

오 회장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선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실제 그가 출마한다면 대항마로 나설 후보도 마땅치 않다. 그렇게 당선된다면, 모든 게 정당화될까.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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