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유출’ 연세대 정시 이월 막을 방법 없어…수험생 피해 불가피
하지만 이 경우 수험생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문제가된 연세대 논술전형은 논술 100%로 선발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하지만 정시는 수능 점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두 전형은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수험생 자체가 달라진다. 교육부는 이러한 우려를 연세대에 전달했고, 연세대가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경우 어떤 감독권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연세대의 정시 이월 막을 방법 없어
연세대는 앞서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를 중단하도록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에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가 중지되더라도 재시험을 치를 수 없고 정시 인원으로 이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험생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연세대가 논술전형을 뽑지 않으면 연세대에 지원한 수험생은 총 6장 쓸 수 있는 수시 원서접수 중 1번의 기회를 완전히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가 없이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지원한 수험생들이 갑자기 수능 점수로 연세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사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고 들인 시간과 비용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수험생이 연세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많은 수험생이 피해를 입게 되지만, 현재로선 연세대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정시 모집요강에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이월해 정시 모집인원을 최종 발표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떤 사유로 미충원된 인원만 반영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심의를 대교협에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연세대가 마음만 먹으면 정시로 이월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면 수험생이 받게 되는 피해에 대해 연세대에 설명했고 연세대도 이를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연세대가 정시로 이월시킨다고 하면)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교육부가 지도 감독권을 어디까지 발휘할지는 지금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수단체도 연세대 비판
교수사회에서도 연세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와 한국대학교수연대 교수노조(교수연대)는 18일 “수험생을 기만하지 말고 즉각 재시험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세대는 논술시험을 본 1만444명에게 피해를 입혔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변명과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연세대는 지금이라도 논술시험 재실시를 결정해 입시 혼란을 방지하고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교협과 교수연대는 “연세대가 피해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논술 선발 인원을 정시로 옮기는 건 논술시험으로 선발이 기대되는 학생들의 기대를 침해한다”며 “연세대가 입시 혼란 유발을 강행하려 한다면 교육부, 감사원, 수사기관을 통해 적극 저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전보성)는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연세대가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19일 오후 5시로 지정했다. 연세대는 법원에 “항고심 결정 이후 논술시험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며 “(합격자 발표일인) 12월 13일 이전까지 항고심 결정을 받을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18일 교육부는 연세대 사태와 관련해 “본안 심사가 빨리 이뤄져 학생들이 피해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연세대 합격자 발표가 미뤄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전체 대입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본안 소송 결과가 연세대 미등록 충원 합격 발표 마감일인 12월 26일까지 연세대 승소로 나오면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그 전에 다른 대학에 등록한 수험생이라면 등록 포기 신청을 한 뒤 연세대에 등록하면 된다. 수시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은 27일까지다.
그러나 연세대가 패소하고 정시로 이월하지 않을 거라면 26일 전까지 재시험과 채점을 마무리하든 해당 문제를 만점 처리해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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