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뉘우치고 전공 세운 100세 참전용사…국립묘지 안장 대상

보안법 실형 선고는 입대 전의 일…법원 "안장 거부는 위법"
재판부 "국가유공자 전제조건은 군인·경찰공무원 신분"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입대 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이 거부됐던 6·25전쟁 참전용사가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행정1단독(재판장 박원규)은 6·25전쟁 참전용사 A 씨(100)가 국립대전현충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A 씨는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8월 25일 육군에 입대해 4년 뒤 하사로 전역한 참전용사다. 군 복무 중의 전공과 희생을 인정받아 1954년 충무무공훈장, 1964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고 1991년에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 국가보훈부에 자신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안장 대상이 아니라는 처분을 받았다.

입대 전인 1949년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중앙행정위원회에 청구한 행정심판도 기각되자 A 씨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이전의 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의 전제 요건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분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실형 선고받았더라도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돼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했으며 그 충의와 위훈의 정도를 기릴 필요가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관련 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장대상심사위원회에서 국립묘지 영예성 훼손 여부를 심사하면서 군인 등 신분을 갖추기 전 저지른 범죄 전력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