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미술공부·필라테스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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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교사로 근무하다 2018년 퇴임한 김영훈 씨(66)는 1년에 두 차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씨는 "주위에 은퇴한 시니어가 가족,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거나 동남아시아로 골프를 치러 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나만의 여행 루트를 짜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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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보다 자신의 삶 최우선
해외에서 한달살기도 즐겨
◆ 코리아 시니어 리포트 ◆
30년 넘게 교사로 근무하다 2018년 퇴임한 김영훈 씨(66)는 1년에 두 차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지 않고 교통편, 숙박을 사이트에서 일일이 예매하면서 세세한 여행 일정을 직접 짠다. 김씨는 "주위에 은퇴한 시니어가 가족,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거나 동남아시아로 골프를 치러 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나만의 여행 루트를 짜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자녀나 손주를 챙기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시니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은퇴 이후 부모로서의 짐을 내려놓고 여행, 운동, 문화생활 등에 시간과 모아놓은 연금을 아끼지 않으면서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증권 연금자산 상위 10%에 속한 50~70대 1318명 가운데 74.7%는 "모아놓은 자산을 노후 여가활동과 자기 계발 등에 쓰겠다"고 답했다. 자산을 아껴서 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답한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이들은 자기 계발과 여가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은퇴 후 평소 하고 싶었던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는 유용순 씨(64)는 "그림을 그리면 심신이 안정되고 자신감도 생긴다"며 "시니어 사이에서 그림 그리기는 자기만족도가 높고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실용음악학원 메종드뮤직을 운영하는 박미진 원장은 "은퇴를 앞둔 시니어의 관련 문의가 늘고 있고 1년 이상 장기 수강하는 시니어 수강생들도 꽤 있다"면서 "요즘은 치매 예방으로 악기를 시작하는 시니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학원이나 대학들은 전용반이나 전용과목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일부 어학원은 시니어 연수 프로그램을 내놨고 필라테스 강좌까지 생기고 있다. 여행업체들도 시니어 고객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노년층에 특화된 여행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시니어를 위한 해외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강수철 씨(61)는 모아놓은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기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서울에서 벗어나 수도권 근교로 거주지를 옮긴 강씨는 "주말 아침마다 인근 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즐기고 있다"면서 "은퇴 후엔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나를 위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시니어 가운데 54.1%는 조깅과 러닝을 한다고 답했고, 그 밖에도 골프(19.2%), 등산(6.8%) 등의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범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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