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경쟁에…복지·여가 돌봄사업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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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동일한 기능의 '아이돌봄 사업'을 하고 있다.
18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시설 사업도 복지부 '다함께 돌봄센터' '지역 아동센터'와 함께 교육부 '늘봄학교'가 별도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의 예산 실집행률은 69.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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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사업 겹쳐 비효율
돌봄시설도 복지·교육부 중복
현금지원 중앙·지자체 제각각"복지 전달 체계 일원화해야"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동일한 기능의 '아이돌봄 사업'을 하고 있다. 돌봄 공백이 발생한 가정을 시간제로 아이돌보미와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여가부는 이 사업에 할당된 예산 중 357억원(10%)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년에 455억원(9.7%) 증액을 요구했다.
복지부도 가세했다. 아이돌보미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5억원을 새로 편성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여가부에서 쓰지 못한 예산 357억원이면 다른 사업 몇 개를 할 수 있는 건데 추가로 예상을 편성해 달라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해소 대책의 핵심인 '돌봄 사업'이 정부 부처별로 중구난방 운영되면서 중복 지원과 예산 비효율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시설 사업도 복지부 '다함께 돌봄센터' '지역 아동센터'와 함께 교육부 '늘봄학교'가 별도 운영되고 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초등학교 정규교육 이외 시간 동안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설치해 운영하는 시설이다. 지역 아동센터는 개인이나 법인이 운영하는 방과후 시설이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사업으로 기존 초등학교 방과후와 돌봄 사업을 통합한 것이다.
이들 사업도 저조한 예산 집행률에도 불구하고 매년 정부에 기계적으로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의 예산 실집행률은 69.9%로 나타났다. 2022년 실집행률은 58.5%, 2021년에는 65.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13.2% 늘어난 639억5300만원을 요구했다.
실집행률이 낮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9년 '온종일 돌봄 체계'라고 해서 관련 사업 목표를 높게 잡았는데 지자체에선 다함께 돌봄센터 설치와 관련해 목표를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구난방 돌봄 정책은 행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집행과 관리를 비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동들에게 얼마만큼의 비용이 지원되는지 정부에서 파악할 때 각각 계산을 할 텐데, 부처가 나뉘어 있으니 검토를 서로 미루는 등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부터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현재 시도 단위로 보면 보육 담당 부서에서 가정 양육 지원과 시간제 보육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 관련 과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늘봄과 같은 초등 방과후 사업은 교육청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여러 부처에 업무가 쪼개져 있으니 지자체에서 통합적인 행정이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돌봄 관련 현금성 지원도 난립해 있다. 복지부가 관리하는 양육 관련 수당은 아동수당·부모급여·첫만남 지원금 3가지다. 여기에 지자체가 따로 진행하는 현금성 급여, 여가부가 한부모 가족 자녀에게 지급하는 양육비 사업 등을 감안하면 가짓수는 더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가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관련 정책들이 정권들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름을 달고 조각보처럼 붙어 복잡한 형태"라며 "선심성으로 나눠주는 현금 관련 정책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중앙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복지 전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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