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유종의 미' 류중일 감독 "김도영이 다 했다, 4강 실패 팬들한테 미안하다"

김민경 기자 2024. 11. 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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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 호주전을 승리로 마친 한국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다. 4강 실패는 우리 팬들한테 미안하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2024 프리미어12'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18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호주와 마지막 경기에서 5-2로 이겼다.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3승2패 3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2위 대만이 18일 쿠바전을 남겨둔 가운데 3승1패를 기록하고 있어 대만이 쿠바에 패하면 똑같이 3승2패가 되지만, 동률일 경우 승자 승 원칙에 따라 대만이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라간다. 한국이 대만전에서 3-6으로 패했기 때문. 대만이 쿠바전 결과와 상관없이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이유다. B조는 4전 전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한 일본과 2위 대만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을 거뒀으나 이번 제3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1라운드에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류중일 한국 감독은 "일단 이겨야 할 팀을 못 이겼으니까. 대만전에서 이겨야 하는데 지니까 꼬이지 않았겠나. 이겨야 할 팀을 이겨야 하고, WBC 때도 마찬가지다. 이겨야 할 팀한테 지니까 못 올라가는 것이다. 내가 2013년 WBC를 맡았을 때는 네덜란드(0-5)에 졌고, 2017년 WBC는 이스라엘(1-2 패), 지난해는 호주(7-8 패)에 잡히니까 못 올라가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이겨야 되는데 결국은, 이번에도 6개 나라 가운데 2개 나라가 올라가니까. 대만도 중요하고, 쿠바도 봤지만 쿠바도 야구를 잘하지 않나. 도미니카공화국도 잘하고, 호주도 잘하고 쉬운 팀은 없다. 결국 이번에 탈락은 대만에 져서 탈락한 거니까. 다음 대회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호주전에서는 투타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고영표는 대만전 2이닝 6실점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3⅔이닝 42구 1피안타 무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이어 유영찬(⅓이닝 1실점)-최승용(⅔이닝)-이영하(⅔이닝 1실점)-김택연(⅔이닝)-소형준(1이닝)-김서현(1이닝)-박영현(1이닝)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김도영이 간판타자답게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김도영은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대회 5경기 타율 0.412, 3홈런, 10타점, OPS 1.503으로 마무리했다.

▲ 지명타자 임무를 톡톡히 해낸 김도영 ⓒ 연합뉴스
▲ 호주전 선발투수 고영표 ⓒ 연합뉴스

류 감독은 경기 뒤 "일단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4강 실패는 우리 팬들에게 미안하고, 또 멀리까지 관중이 와주고 응원해 줘서 정말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지휘봉을 잡고 2023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이번 프리미어12까지 3개 대회를 이끌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은 금메달, APBC는 준우승으로 성과를 냈지만, 주요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하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후 아직 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먼 한국 야구를 절감하게 했다.

류 감독은 "보완할 점이 많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들 알겠지만, 선발투수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다음 2026년 WBC까지 15개월 정도 남았다. 왜 세계대회에 나와서 예선 탈락하는지를,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지 않나. 15개월 남았으니까 잘 준비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근차근 계산해서 WBC에는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래도 그동안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를 경험한 성과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자욱(삼성) 강백호(kt) 김혜성(키움) 등이 이탈하면서 타선의 화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은 김도영 원맨팀이 아니었다. 김도영을 비롯해 홍창기 박동원 문보경 신민재(이상 LG) 박성한(SSG) 나승엽(롯데) 최원준(KIA) 등이 골고루 활약하며 공격에 다양성을 더했다.

중간 투수들은 일본과 대만 타선에도 쉽게 밀리지 않으면서 국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박영현 소형준(이상 kt) 최지민(KIA) 김서현(한화) 유영찬(LG) 이영하(두산) 등이 꽤 탄탄한 불펜진을 구축했고, 정해영 곽도규(이상 KIA) 김택연(두산) 조병현(SSG) 등은 정규시즌 때와 비교해 구위가 떨어진 여파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으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류 감독은 "생각보다 젊은 선수들이 잘해 줬다. 불펜도 그렇고, 타자들도, 특히 이번에 김도영이 다 한 것 같다. 김도영 말고 다른 선수들도 잘했으면 좋겠다"며 김도영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강한 타자들이 더 늘어나길 바랐다.

대회 직전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 구자욱 원태인(이상 삼성) 손주영(LG) 등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는데, 이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면 더 강한 전력을 꾸리고 슈퍼라운드 진출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이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막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선수 핑계 대기 싫다. 슈퍼라운드에는 못 올라갔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이 정말 정말 장하다. 다음 대회에서도 잘해 줬으면 좋겠다. 건강하게"라고 강조했다.

▲ 류중일 감독 ⓒ 연합뉴스
▲ 한국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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