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원인됐던 ‘김명수식 법원장 추천제’ 5년 만에 폐지
대법원이 내년 초 정기 인사에서 직전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시행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사실상 폐지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제도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는데, 판사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를 없애 ‘재판 지연’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대법원은 각 법원 소속 판사들이 해당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를 없애고, 고등법원 부장판사(현재 66명)도 지방법원장에 보임할 수 있도록 인사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에 “2019년부터 5년 동안 소속 법관의 천거 및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제도가 시행됐는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면서 “2025년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논의 및 전국 법관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롭게 마련된 법원장 보임 절차에 대해 안내한다”고 공지했다.
핵심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법원마다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면 대법원장이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법관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다 보니 ‘인기투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장이 된 사람은 자신을 뽑아준 후배들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도 제대로 못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원별 투표를 없애고, 판사·법원 공무원 등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전체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식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누구든 추천만 받으면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능력과 자질 등을 검토해 법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다시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지방법원장을 임명했는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인사 시스템을 이원화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고법 부장판사들이 법원장으로 못 나가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재판할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고법 부장들 사이에선 “우리를 뒷방 늙은이 취급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천 행정처장은 “원칙적으로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법관 중 보임하되, 제한된 범위에서 일부 지방법원장은 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다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천 행정처장은 “최종적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 임기 중에 이러한 과도기적 운영을 마무리해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모두에서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제도가 원만하게 도입 및 정착될 수 있는 안정적 여건을 최대한 빨리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재판도 보다 신속하게 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변화”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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