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홈런-14도루 주전이 FA 보상선수로 떠나다니…KT 선택에 한화도 타격, 김경문 픽 내년엔 뜰수 있나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공격적으로 FA 영입에 나선 한화는 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격수와 선발투수를 보강하면서 내년 시즌을 향한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FA 보상선수로 주전 외야수를 잃으면서 새로운 주전감을 찾아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한화는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고 FA 유격수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 FA 최대어로 꼽힌 13승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과 4년 총액 78억원에 사인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KT 창단 멤버로 오랜 기간 동안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심우준은 올 시즌 도중 상무에서 제대, KT로 복귀했고 53경기에 나와 타율 .266 3홈런 28타점 7도루로 활약하면서 KT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내는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수준급 수비와 더불어 빠른 발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심우준의 장점. 한화도 이러한 심우준의 장점을 주목했다.
한화는 엄상백까지 영입하면서 토종 선발 자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엄상백은 올해 29경기에 등판해 156⅔이닝을 던져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남겼다. 시속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구사하는 엄상백은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내구성까지 인정 받은 상태다.
두 선수 모두 올해 KT 소속으로 뛰었다. 졸지에 내부 FA 2명을 한화에 뺏긴 KT는 FA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필요한 전력을 수혈하는데 집중하고자 했다. 심우준과 엄상백은 나란히 B등급을 받아 한화는 보호선수로 25명을 지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먼저 KT는 심우준의 FA 보상선수로 우완투수 한승주를 지명했다. 한승주는 올해 18경기에서 22이닝을 던져 2패 평균자책점 11.45로 부진했고 오는 12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선수. 그럼에도 KT는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지명했다. 또한 지난 해 47경기에서 70⅔이닝을 투구, 1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나도현 KT 단장은 한승주를 FA 보상선수로 지명하면서 "투수진 뎁스 강화를 위한 영입이다. 최고 구속 148km대의 구위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들을 존 안에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망주"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KT는 또 한번 선택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엔 엄상백의 FA 보상선수를 선택할 차례였다. KT의 선택은 외야수 장진혁이었다. 장진혁은 올해 99경기에서 타율 .263 9홈런 44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주전 외야수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5명의 울타리 안에는 끝내 들어가지 못했고 KT는 올해 인상적인 발전을 이룬 장진혁을 별다른 고민 없이 지명할 수 있었다.
KT는 올해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비롯해 배정대와 김민혁을 주전 외야수로 활용했다. KT 입장에서는 아직 로하스의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김민혁은 항상 잔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라 풀타임 출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즉시전력감 외야수를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물론 내야 보강이 더욱 시급했지만 뻔히 KT의 사정을 아는 한화가 즉시전력감 내야수를 풀어줄 이유는 없었다.
나도현 단장은 장진혁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야수진 뎁스 강화를 위한 영입"이라면서 "KBO리그 평균 이상의 장타력과 수비와 주루에도 강점을 지닌 즉시전력감으로 기존 외야 자원과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주전 외야수를 잃은 한화도 타격이 적지는 않다. 현재로선 확실한 주전 외야수가 김태연 1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자리는 외국인타자로 메운다고 해도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주전 선수를 발굴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과연 누가 외야 한 자리의 주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과거 수많은 선수들을 육성했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우타 외야수 유로결을 두고 "내가 봤을 때 앞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추켜세우는 한편 좌타 거포 김인환에 대해서도 "계속 좌익수로 쓰겠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이 선수가 계속 경기에 나올 것"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물론 당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유로결은 올해 23경기 타율 .222 4타점, 김인환은 51경기 타율 .237 1홈런 7타점을 남기는데 만족했다. 이들 뿐 아니라 최인호, 이진영, 권광민 등 여러 후보들이 있어 내년에는 누가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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