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트럼프 첫 회동 상대가 던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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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첫 외국 정상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경제 분야 핵심 동맹이 아닌 밀레이 대통령과 처음 회동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일론 머스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며 "미국이 우리의 정부 개혁을 모델로 삼으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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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통령 초청해 연설
美 '예산 삭감' 의지 드러내
韓, 방위비 분담금 압박 예고
국방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첫 외국 정상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보수주의자 갈라 디너에 초청받아 10여 분간 연설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전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복귀"라고 치켜세웠다.
밀레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 삭감을 1순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당선됐다. 취임 후 정부 지출을 32% 삭감하고 부처를 13개 줄여 9개만 남겼다. 연방 공무원을 10% 이상 해고하고 지자체 지원금도 68% 대폭 깎았다. 공공사업도 대부분 중단했다. 이런 극단적인 조치로 연 300%를 웃돌던 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2.7%까지 떨어졌다.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도 MAGA(Make Argentina Great Again) 사람"이라고 친밀감을 표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경제 분야 핵심 동맹이 아닌 밀레이 대통령과 처음 회동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산 삭감과 연방 공무원 감축,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 트럼프 새 정권의 '정부 혁신'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일론 머스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며 "미국이 우리의 정부 개혁을 모델로 삼으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국가 예산은 미국은커녕 뉴욕시 예산보다도 적다. 하지만 트럼프가 첫 회동 상대로 밀레이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예산 삭감'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정부 효율부' 수장에 지명된 머스크는 6조7500억달러(약 9423조원)의 연방 예산 중 2조달러(약 2792조원) 삭감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예산 대폭 삭감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내각은 돌격대 성향의 'MAGA 충성파'들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1기 정부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증액 목표를 취임과 동시에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미군은 80여 개 국가에 750개 이상의 크고 작은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주둔 비용을 줄이려면 일부 기지를 폐쇄하고 군인을 철수하거나 지역별 순환 배치 확대, 대규모 군사 훈련 축소 등을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영리하게도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 규모가 큰 독일·일본·한국·대만 4개국을 콕 찍어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다분히 "우리한테서 돈을 잘 벌고 있으니 분담금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압박이다.
독일은 이미 국민 여론조사까지 마치고 방위비 증액에 대한 입장을 굳혔다. 미군 주둔군이 없는 대만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보호를 계속 받으려면 무기 구매를 확대하는 선택지밖에 없다. 일본은 방위비 대폭 증액을 위해 2027년부터 법인세, 소득세, 담뱃세 등 1조엔(약 9조원)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한미는 2026년부터 적용될 분담금을 연 1조5192억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재협상을 통해 이보다 9배 많은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기 임기 때의 요구액 50억달러(약 7조원)보다 두 배 많다. 지금 한반도는 북한 미사일 위협과 북·러 군사협정으로 냉전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분담금 증액을 피할 수 없다면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핵무장과 미 방산시장 개방, 미 군함 MRO 협력, 미군기지 사업 참여 등 상호 이익이 되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림 없이 지지받을 수 있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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