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버스 외국인 기사’ 도입 추진…외국인 노동자가 만능?[뉴스분석]

고희진 기자 2024. 11. 18. 17: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내버스’ 운전기사에도 적용될듯
노조 “처우개선 없이 외국인 기사 채용은 반대”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시가 외국인을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질적인 채용난에 시달리는 마을버스 운전기사 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는 입장인데, 가사관리사 등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업종에 처우개선 없이 ‘외국인 노동자’에만 의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으로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시가 제출한 건의안은 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하고 취업 활동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해당 비자는 제조업, 농업, 축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되고 있다.

노·사 “처우개선 먼저” 인식은 같아

외국인 운전기사의 도입은 향후 시내버스 운전기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하려면 마을버스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운수업에 E-9 비자가 적용되면 외국인 기사들이 바로 시내버스로 갈 수는 없고 최소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수급이 힘든 진짜 이유는 박봉과 격무 때문”이라며 “기사 인력을 확보하려면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급여 등 처우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버스 업계도 처우개선이 먼저라고 인정했으나, 당장의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병운 서울마을버스조합 전무는 “기사가 부족하다 보니 배차 간격이 늘어지고 이로 인한 민원이 많았다. 차가 있어도 운행을 못하니 사업자들도 운영의 문제가 있었다”며 “처우개선이 중요하지만, 마을버스 회사가 재정이 좋은 곳이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구 단위에서 재정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성동구는 지난해부터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에 1인당 30만을 지원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구 단위에서 마을버스에 대한 운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들도 재정 지원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동구 외에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에게 지원금을 지원하는 서울 시내 자치구는 없는 상황이다.

가사관리사처럼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될까?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처럼, 외국인 운전기사들에게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내국인 기사들에 대한 임금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시범 사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들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기사들이 현재 한달에 35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현재도 최저임금 이상이라 외국인 기사들에게 최저임금 적용제외 논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특히 인력 수급의 문제를 임금이 싼 외국인 노동자로 해결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처우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정재수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마을버스 기사 임금이 한 달 290~310만원 정도로 시내버스 기사 임금의 60% 수준인데, 외국인을 채용하면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재정 지원금이 부족하다고만 하고 임금 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없으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