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공모' 北에 수십억 건넨 전 경기도 공무원…징역 3년 구형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2024.10.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북한에 불법 지원금 수십억 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무원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18일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정승화 판사 심리로 열린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신모 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구형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경기도 대북 지원사업-묘목 △경기도 대북 지원사업-밀가루 △구형 의견 순서로 약 30분 동안 '최후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본 건은 피고인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을 실현하고자 북한 최고위층 환심을 사기 위해 도민 혈세 15억 원을 낭비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정책 판단 권한이라며 공직자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법적·윤리적 의식을 망각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또 법령에 따른 실무자 의견을 하급자 개인 의견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법령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와 통일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처럼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노골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신 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 공소사실에 적시된 신 씨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주된 사유였다.

신 씨 변호인은 "검찰은 이 사건 공범으로 적시한 이화영은 기소하지 않은 채 이른바 '간보기'식 기소, '쪼개기'식 기소를 했다"며 "검찰이 기소 독점주의, 기소 편의주의를 통해 기소한 건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무관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을 증인 신청했다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증인 신문 과정에서 진술 모순점이 드러나니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뒤늦게 철회했다"며 "이를 통하더라도 검찰이 이 사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 씨 또한 최후 진술에서 "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으로서 도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책무를 충실히 하려고 했다"며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큰 틀에서 소임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 수감생활, 재판 과정에서 몸무게가 10㎏ 정도 빠졌다"며 "지난 2년간 생물학적 생명은 유지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생명은 죽었다. 내가 정상적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길 재판장에게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신 씨는 지난 2019년 3월 이화영 당시 부지사와 공모해 '북한 산림 복구'란 허위 목적으로 북한 묘목 지원 사업을 추진토록 공무원들에게 부당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그는 아태평화교류협회를 통해 금송 등 묘목 11만 주(5억 원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상용인 금송은 산림녹화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공무원 의견을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씨 등이 당시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위 실장 요구에 따라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금송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신 씨는 같은 해 9월 직위를 이용해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중단된 10억원 상당의 아태평화교류협회 북한 밀가루 지원 사업을 재개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지사 측근인 신 씨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임기제 공무원)을 지냈다. 신 씨는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 선고 기일은 내년 2월 13일 오후 2시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