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실적 부진 늪…이재현 회장, 성과 중심 '쇄신' 택했다

김명신 기자 2024. 11. 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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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어 9개월 만에 인사 단행…이홍기·허민회 '투톱'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 여파 속 수뇌 정비·조직 개편에 무게
CJ그룹 중기비전선포식 영상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미국발 이슈(트럼프 당선)에 대응하기 보다는 연말 실적과 인사, 중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 실적 하락 등이 그룹에 반영됐으며 4분기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CJ(001040)그룹의 2025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일부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 여파다. 이번 CJ 인사를 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 쇄신' 고삐를 죄기 위한 이재현 회장의 특단 조치라는 시각이다.

앞서 이 회장은 올 초 해를 넘기는 장고 끝에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복심 중 일부 유임하는 등 쇄신을 향한 매서운 칼날을 세웠다.

실력 검증 위주의 임원 교체 최소화 중심으로 단행됐던 2024 임원 인사에 비해 9개월 만에 이 회장이 내놓은 인사 핵심 카드는 '허민회'였다.

지난해 말 이 회장의 최인선에 있던 강호성 CJ 경영지원 대표가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으로 당시 허민회 CJ CGV 대표가 경영총괄 대표로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장고 속 끝내 백지화됐다.

이후 이 회장의 결단으로 복심인 김홍기 대표 단독체제가 이어진 가운데 법조인 출신으로 법무와 대관 분야를 이끈 강호성 전 대표의 부재가 컸다.

결국 CJ 경영총괄부사장으로 활약하고 CJ ENM과 CJ CGV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이끈 '해결사' 허민회 대표를 앞세운 '투톱체제' 큰 그림이 완성됐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내부 강화에, 허 대표는 대외 업무에 주력하며 강도 높은 경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CJ제일제당 본사 전경(CJ제일제당 제공)

CJ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CJ제일제당(097950)이나 CJ ENM(035760)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 여파가 이어졌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와 생물자원은 선방했으나 내수 소비 침체와 판촉 비용 증가로 식품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J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10조8452억 원, 영업이익 67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5.0% 증가했지만, CJ ENM의 라이브시티 사업 여파에 따른 당기순이익은 2952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4143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4% 감소했다. 바이오사업부문은 영업이익 74.9% 증가했지만 식품사업부문은 31.1% 급감했으며 CJ프레시웨이(051500) 역시 영업이익(6.6%)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CJ올리브영(340460)이나 CJ대한통운(000120), CJ푸드빌(048180) 등 일부 계열사의 약진도 이어졌다. CJ CGV(079160)의 경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회사 편입 시너지로 매출은 34.9% 올랐다.

허민회 대표 체제하에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의 핵심이 '안정' 보다는 '쇄신'에 힘준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CJ는 당초 2022년 인사 발표 뒤 수립하려 했던 2023~2025년 중기전략이 흐지부지된 가운데 손경식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2426 중기계획' 청사진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손 회장은 "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조직문화 근본 혁신을 위해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는 파격적 보상을 하고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반드시 책임을 지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현 회장도 지난해 11월 창립 70주년에서 "그룹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CJ그룹 지분구조 (CJ그룹)

그러나 올해 컨센서스(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중장기 전망에서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국내수요 부진, CJ ENM의 음악 부문 비용 확대 및 커머스 비수기 영향"을 꼽으면서 "주요 지주회사 대비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도 주요 자회사 주가 하락분을 반영해 CJ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티빙 가입자 감소 등 CJ ENM의 부진을 예상하며 "라이브시티 관련 유형자산 처분손실을 제외하더라도 하회한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4분기도 대규모 무형자산 손상 등의 불확실성으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주요 상장자회사들의 영업이익 부진을 짚으면서 주주환원 등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나올 여지는 적다고 판단했다.

그 어느 때보다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회장의 특단이 담긴 메시지가 나온 만큼 향후 CJ의 중장기 전략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CJ그룹 측은 "그룹은 최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원칙 아래 능력과 성과 중심의 연중(年中) 수시 인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찾아 CJ대한통운 글로벌권역센터(GDC)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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