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고 혈당 잡고…기능성 쌀의 효과, 이 정도였다니 [식탐]
저항전분·가바↑…도담쌀·눈큰흑찰 등
◆ 식탐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파로(Farro)와 카뮤트(kamut) 등 고대곡물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의 과제인 혈당 관리와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름도 낯선 고대곡물 대신 국내의 ‘기능성 쌀’도 이용할 수 있다. 항산화 물질의 보충뿐만 아니라 저항 전분을 늘리는 등 다양하게 개발된 품종들이 있다. 더욱이 한식 밥상엔 우리 쌀이 더 잘 어울린다.
저항 전분은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이동한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므로 일반 전분과 달리 장 건강을 돕고 지방을 배출한다. 특히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종희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은 “최근 저당 곡물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져 국내 시장도 커지고 있다”며 “의학계 또한 대사질환 예방 식이소재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 마켓디사이퍼(Market Decipher)에 따르면 전 세계 저항 전분 관련 시장은 2019년부터 연평균 6.1%씩 성장했다. 오는 2027년에는 143억1260달러(약 19조9628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희 논이용작물과장은 “기존 기능성 쌀은 안토시아닌, 루테인 등 미량영양소 보충을 기반으로 주로 개발됐으나, 최근엔 저항 전분을 통해 혈당 관리와 염증 예방에 좋은 품종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산화물질의 보충에서 나아가 저항 전분 함량을 높인 ‘저당 곡물’ 품종이 관심을 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품종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도담쌀’이다. 일반 쌀보다 저항 전분이 10배 많다. 일반 흰쌀은 저항 전분 함량이 1% 미만인 반면 ‘도담쌀’은 10.8%에 달한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고, 천천히 소화돼 포만감도 더 높다. 특히 도담쌀은 가루내기에 적합한 전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셰이크나 쌀과자, 쌀국수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된다.
하태정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장은 “도담쌀은 가공식품의 활용도가 기대되는 품종”이라며 “농진청 임상시험(2019) 결과, 도담쌀 선식의 섭취 후 인슐린 저항성 지수(당뇨 위험을 나타냄)는 일반 현미 선식보다 약 2.3배 낮았다”고 말했다. 도담쌀 가공품의 혈당 개선 효과는 푸드 하이드로콜로이즈(Food hydrocolloids, 2020)를 비롯한 유명 국제학술지에 세 차례 실렸다.
‘고아미2호’도 있다. 국립식량과학원과 아주대학교 의대 연구진의 공동연구(2016) 논문에 따르면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결과 ‘고아미2호’ 섭취 후 체내 혈당량은 이전보다 20% 감소했다. 중성지방도 30% 줄었다.
가바(GABA) 성분이 다량 들어간 품종도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떠오른 기능성 성분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 및 불안 개선, 기억력 증진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바 함량이 높은 ‘눈큰흑찰’은 농진청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와 혈압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 쌀눈이 커서 ‘눈큰’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바 성분과 더불어 쌀눈에 있는 여러 영양물질이 풍부하다.
항산화기능이 우수한 흑미 종류도 다양하다. ‘흑진미’는 검정쌀의 대표 기능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붉은쌀의 폴리페놀 성분이 동시에 다량 들어있다. 안토시아닌이 많은 ‘조생흑찰’은 농진청 임상시험에서 위장 내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해 위염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능성을 높인 국내 쌀 생산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능성 벼 품종의 총 재배면적(농진청 개발 외 품종 포함)은 2012년 약 200헥타르(ha)에서 2023년 500헥타르로 증가했다.
다만 기능성 쌀은 일반 벼에 비해 재배가 까다롭고 수량이 적다. 재배 농가가 비교적 적고, 시장가격도 다소 높게 측정돼 있다.
이종희 과장은 “기존 기능성 쌀의 단점 개선과 새로운 기능성 품종 개발을 통해 총 재배면적을 늘리고 기능성 벼 산업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인 곡물에서도 혈당을 낮추고 살 빼기에 좋은 종류가 인기”라며 “밥 외에도 스낵이나 음료, 선식 등에서 기능성 쌀을 이용하는 트렌드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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