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만 되면 기뻐하셔"…마지막 여성 독립운동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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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광복절이나 삼일절만 되면 그렇게 기분 좋아하셨어요. 독립유공자가 돌아가시면 슬퍼하시고요."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 차려진 오희옥 애국지사의 빈소.
2021년 민영주 지사가 별세하면서 유일한 생존 여성 애국지사로 남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생존 애국지사에 예우를 다하기 위해 애국지사가 별세할 경우 사회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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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광복절이나 삼일절만 되면 그렇게 기분 좋아하셨어요. 독립유공자가 돌아가시면 슬퍼하시고요."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 차려진 오희옥 애국지사의 빈소. 그를 담당했던 물리치료사 윤병권씨가 담담하게 이같이 말했다. 오 지사가 2018년 뇌경색으로 입원한 후 윤씨는 필담으로 오 지사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오 지사는 13세에 만주 지역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연극과 공연을 올리고 군자금을 모았다. 독립군들의 밀서를 전달하며 일본군 정보를 공유했다. 광복군에 편입된 후에도 첩보와 문화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조부 오인수 의병장과 부친 오광선 장군, 모친 정현숙 여사를 이어 독립 운동에 힘썼다.
정부는 오 지사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2021년 민영주 지사가 별세하면서 유일한 생존 여성 애국지사로 남았다. 오 지사는 지난 17일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오 지사 가족들은 이날 차분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참 바쁘다가도 빈소 내부 텔레비전에서 오 지사의 생전 음성이 흘러나오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들 김흥태씨는 "어머니는 성격상 생전에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을 크게 내세우지 않으셨다"며 "그 바탕에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어머니의 신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 지사의 외조카 강보윤씨는 "어릴 때 외숙모가 단호할 때는 단호하셨는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인 줄도 몰랐다"며 "독립운동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손녀 김모씨(30)는 할머니로부터 '나라 잃은 설움'에 대해 전래동화처럼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항상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지사셨지만 제게는 한 없이 인자한 할머니"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커서 역사를 배우고 할머니가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더 뭉클해졌다"고 했다.
김씨는 또 "어머니는 여성 독립운동가도 조력자가 아니라 남성과 마찬가지로 주역이었다고 강조하셨다"며 "2018년 뇌경색으로 병상에 가시기 전에는 시인, 역사학자와 힘을 모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힘쓰셨다"고 했다.
이날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된 오 지사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한국광복회,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등에서 보낸 근조화환 20여개와 근조기 10여개가 놓이면서 빈소 앞 벽면을 채웠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사회장은 사회에 헌신·봉사했거나 공익에 이바지하다가 순직·사망한 고인을 추모하는 장례 의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생존 애국지사에 예우를 다하기 위해 애국지사가 별세할 경우 사회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광복회장이 사회장을 맡고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한다.
오는 20일 발인 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사회장 영결식을 거행하고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오 지사의 별세로 생존 애국지사는 5명으로 줄어들었다. 국가보훈부는 일제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한 사실이 있고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사람을 애국지사로 선정한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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