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강한 한국에 AI는 기회 … 지금이 정부지원 골든타임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4. 11. 18. 16: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의 고백: 좋은 것, 못생긴 것, 예상치 못한 것' 세션
미국·대만·韓 등 HW 강점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 필요
AI 기술 발전도 선진국 중심
기술규범 논의 적극 참여를
윤리적 충돌도 잦아질 것
오염된 알고리즘 경계해야
제25회 세계지식포럼 'AI의 고백: 좋은 것, 못생긴 것, 예상치 못한 것' 세션에서 조경현 뉴욕대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머 킴 스트랫마인즈 UX 파트너, 조 교수,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 한주형 기자

"저는 컴퓨터과학과 교수이지만 코딩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런데 챗GPT 덕분에 기자 친구와 4시간 만에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으로 꼽히는 조경현 뉴욕대 교수는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AI의 고백: 좋은 것, 못생긴 것, 예상치 못한 것' 세션에서 "AI 덕분에 모든 사람이 슈퍼파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다면 누구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는 코로나19 기간에 스스로 노래방 앱을 만들어 보며 즐거워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펠르랭 대표는 "AI가 단순히 생산성만 높이는 게 아니라 그동안 인간이 찾지 못했던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며 AI가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AI를 통한 의료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그릴 수 있다"며 "신약 개발도 가속화될 것이고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할 때도 빠른 속도로 성공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AI 발전 이면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어두운 면도 있다. 펠르랭 대표는 "언젠가 심혈관 전문의의 업무를 AI가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조 교수는 "저는 운 좋게 혜택을 입었지만 AI 발전에 합류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과 국가들이 소외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AI 기술은 파괴적으로 세상을 바꿀 텐데, 모두가 여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중국 등 AI 선진국에선 기술 규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소외되고 있는 게 실정이다.

다만 한국은 AI 발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펠르랭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생성형 AI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하드웨어 개발도 중요해졌는데 미국, 대만, 한국 등 매우 제한적인 국가들만 하드웨어(HW) 개발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AI 개발 측면에서 고지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수많은 AI 관련 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펠르랭 대표는 "AI 개발은 자본 집약적"이라며 "하고 있는 일은 훌륭하지만 지금 당장 매출을 만들 수 없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이 언제 얼마나 크게 나올지 보이지 않으면 투자 의사를 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계속 자본만 들어가고 결과는 안 나오는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누가 미래의 승자가 될지를 선별하는 게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를 둘러싼 윤리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조 교수는 "AI 윤리 논의에 AI 발전으로 이익을 얻을 기업이나 개발자, 정치인들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정작 AI 발전으로 피해를 입을 사람들은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발전으로 피해를 입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사회에 어떤 영역이 AI로 피해를 입을지 찾아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펠르랭 대표는 "윤리적 우선순위와 사업적 우선순위가 배치될 수 있다"며 편견에 오염된 AI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자율 자동차를 개발할 때 백인에 대해서만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킨다면 흑인이 지나가더라도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염된 알고리즘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AI 석학인 조 교수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2015년 뉴욕대 교수로 임용된 지 4년 만에 종신 교수가 됐다. 2014 AI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은 생성형 AI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태생인 펠르랭 대표는 프랑스로 입양된 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과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문화장관을 역임했다.

[최예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