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갈이’ 뒤 고용승계 거부…HD현대, 하청업체 노조 간부 표적 해고

금속노조, 전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공개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조합원들이 18일 전남 영암군 HD현대삼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에이치디(HD)현대삼호(옛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가 노조 간부를 표적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가 18일 공개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사건’ 판정서를 보면 전남지노위는 전국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최민수 지회장과 배준식 부지회장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피해를 인정했다.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은 사내하청업체 ㄱ산업에서 파워공(그라인더로 녹 등을 제거하는 노동자)으로 각각 20년, 11년간 일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현대삼호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 10.5%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ㄱ산업은 적자누적을 이유로 5월31일 폐업했다. ㄱ업체 노동자 200여명은 ㄴ업체와 ㄷ업체가 6월1일 고용승계했다.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을 고용승계해야 하는 ㄴ업체는 두 사람만 계약하지 않았다. 면접평가 기준 중 직무역량은 두 사람 모두 ‘양호’였지만 면접태도 ‘불량’, 직업의식 ‘미흡’, 조직부합 ‘부적합’이라는 이유였다. 나머지 노동자 200여명은 고용됐다.

원청 현대삼호는 두 사람이 ‘비종사 근로자’라며 노조활동을 위한 사내출입을 8회로 제한했다.

노조는 원하청이 노조 간부를 표적해고했다며 8월19일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전남지노위는 “ㄴ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사내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가 됐고 고용승계 거부 사유로 든 면접태도 불량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봤다.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의 고용승계 거부 이후 추가 채용을 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지노위는 또 회사가 노조 핵심 간부의 고용승계를 거부해 사내하청노동자의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 다. 사내 출입 월 8회 제한도 노조활동 방해행위에 따른 지배, 개입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다.

노조는 원청이 노조 간부를 해고하기 위해 일명 ‘업체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현대삼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조합법에 따라 불법해고된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은 ‘종사조합원’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현대삼호는 법 위에 군림하듯 당연한 권리인 사내노조활동을 막아왔다”며 “더는 하청업체 형식적 폐업과 업체갈이를 통한 하청노동자 고용불안과 하청노조 활동 방해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