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자체 성장+M&A 효과…'6년 새 매출 500배 성장' 현실화되나
기존 동력 '루닛 인사이트' 성장세 속 '루닛 스코프' 상업화 단계 진입
연간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을 위한 루닛의 실적 기반 확대가 순항 중이다.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루닛은 올 상반기 볼파라 헬스 인수를 완료하며 내년 매출액 1000억원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간 성장폭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볼파라 인수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3분기 실적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체 실적 핵심 품목인 '루닛 인사이트' 적용 범위 확대 속 차세대 동력으로 꼽히는 '루닛 스코프'의 상업화 매출 역시 가시권에 진입한 만큼 '6년 새 매출 500배 성장' 목표 설득력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18일 루닛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인수를 완료한 볼파라 헬스의 온전한 연간 매출과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상용화 매출이 내년 실적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또 한번의 연간 실적 경신을 일찌감치 예고한 상태다.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를 주요 매출원으로 매년 꾸준한 외형 성장을 거듭한 루닛은 올해 추가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상반기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인수를 완료하며 연간 400억원(올해 기준) 규모 매출을 거두는 기업을 연결 기업으로 품었기 때문이다.
볼파라 합류 효과는 3분기부터 곧바로 부각됐다. 루닛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한 168억원의 매출액을 거둬들였다. 누적 매출액은 34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선 상태다. 분기 110억원 규모의 볼파라 매출이 반영된 결과다. 증권업계는 올해 루닛 매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6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볼파라 인수 효과로 입증된 성장폭에 앞서 서범석 대표가 제시한 2025년 매출액 1000억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서범석 대표는 지난 5월 볼파라 인수 완료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충분히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서범석 대표 목표에 대한 당시 시장 반응은 긍정 보단 부정에 가까웠다. 루닛이 지난 2019년 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지난해 200억원대로 키우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지만, 글로벌 의료 분야서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기업은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닛은 볼파라 인수 효과에 자체 매출 성장세를 더하며 실현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볼파라의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약 400억원이다. 볼파라가 최근 5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루닛이 400억원 규모 매출을 자체 달성할 경우 합계 1000억원이 된다.
해당 측면에서 주력 품목 루닛 인사이트의 성장세는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AI를 통해 의료진의 영상분석을 돕는 루닛 인사이트는 현재 전세계 55개국, 450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활용 중이다. 흉부엑스레이 및 CT 분석을 돕는 'CXR'과 유방촬영술을 보조하는 'MMG' 두개 주력 제품군으로 이뤄진 루닛 인사이트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21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는 반기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연말까지 210억원 규모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CXR이 지난 3월, MMG가 올 3분기부터 국내 비급여 처방 확대가 가능해졌다. 증권업계는 이를 통해 루닛 인사이트가 올해 4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동안 연구분석 용역 매출로 연간 수십억원를 거둬들이는데 그쳤던 루닛 스코프 역시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암 치료법 결정을 돕는 루닛 스코프는 지난 9월 로슈진단의 디지털 병리 플랫폼 '네비파이'와 통합하는 협업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이달 아스트라제네카와 AI 병리 솔루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은 양사간 이뤄지는 협업으로 8개 기업이 참여하는 로슈진단과의 협업 대비 빠른 성과 도출이 기대된다. 글로벌 판매 지역과 협업 범위 확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는 내년부터 상업화 매출 발생이 가능한 상황이다. 루닛이 연초 개발 완료한 솔루션 활용해 기존 분자진단이나 액체생검 대비 빠르고 정확하게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골자다.
루닛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은 지난해 매출액 7조7000억원에 이르는 3세대 폐암 신약 '타그리소' 환자군을 기반으로 추가 돌연변이 예측까지 영역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계약"이라며 "올해 4분기 볼파라 미국 사업 추가 계약에 기대감에 따른 매출 외형 확대를 비롯해 루닛 스코프 상용화 매출 본격화가 더해지는 내년엔 충분히 의미있는 매출 성장폭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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