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컴백'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한 의사단체 2곳, 의협서 소외?
의사단체 두 곳이 참여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두 차례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의정 간 입장 차만 확인할 뿐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가운데,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새로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명단에 해당 두 곳이 빠지면서 '왕따설'이 제기된다. 비대위는 의협의 여야의정 협의체의 참여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해,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의협 비대위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전날(1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2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단체 두 곳은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식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해줄 것'을, '의대 정원을 2027학년도부터 추계위원회 합의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는 제외하고) 2026학년도부터 정원을 제로 베이스로 하고, 추계위원회를 통해 증원 규모를 합의하자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가 2025년도 증원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법적인 문제가 결부돼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2025년도 증원 문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했지만 추진 여부에 관해선 입장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협의체에서 의정 간 견해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지난달 22일 대한의학회와 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길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공의·의대생들이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증원 (조정이 아닌) 백지화'에 대해 물러서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시 의협은 두 단체에 "의료계의 의견에 반하는 논의는 협의체 회의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단체가 2차 전체회의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오자, 의협 비대위는 기다렸다는 듯 협의체를 맹공격했다. 18일 의협 비대위가 연 기자회견에서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가 진행되는 상황을 볼 때, 과연 저런 형태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굉장히 회의적"이라면서 "아마도 다른 비대위원들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추정해본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이 발표한 비대위원 명단(15명)엔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의대생이 40%(3명씩 총 6명)를 차지하면서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의협 비대위에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큰데, 이 비대위의 의대 교수 측 위원으로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부회장·고문 등 3명이 포함됐다. 반면 대한의학회·KAMC도 의사 교수들이 주축 멤버이지만, 이 두 단체 모두 비대위원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응급의학과 교수 A씨는 기자에게 "정부가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의 장에 나선 두 단체가 의협의 눈 밖에 난 셈"이라며 "전공의·의대생을 품은 의협 비대위가 앞으로 정부와의 대화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여야의정 협의체가 유명무실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의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학회·KAMC를 의사들이 '의료계 대표성'을 띠는 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해졌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내년도 의대증원분을 축소하는 등 합의점을 찾더라도 웬만해서는 의사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전공의·의대생이 의사집단 내에서 주도권과 결정권을 가진 상태인데, 의대증원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너무나 완고하다"며 "비대위 체제에서 전공의·의대생의 입김은 더 세질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의사들과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어 파국에 치달아야 해결될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한편 의협 비대위의 전공의 측 위원으로 참여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저격하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17일 자신의 SNS에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은) 반쪽짜리 협의체를 만들어놓고선 본인(한동훈 대표)은 참석도 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니, 한동훈 당 대표가 진정성은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한 대표를 향해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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