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닥 찍었나" 대형주 급반등…가슴 쓸어내린 개미들

18일 삼성그룹주 주가 등락률/그래픽=윤선정 기자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관련주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해당 종목들은 그간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주식시장을 눌러왔는데 증시 상승 국면으로의 분위기 반전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이 과도했다며, 추가 약세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업종·종목별 실적 회복성에 따라 주가 방향이 엇갈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코스피에서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200원(5.98%) 상승한 5만6700원에 마무리했다. 장 중 7.48% 오른 5만7500원까지 터치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4만전자'를 찍은 삼성전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난 15일에도 7.21% 올라 마감한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강세는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이 호재로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하는 등 동종업계 기업들과 비교해 부진한 흐름을 보인 데 따른 방안책이다.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11월 18일부터 2025년 2월 17일까지 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예정돼 있으며,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나머지 7조원의 소각 가능성도 열려있다.

초대형 호재에 삼성그룹주가 동반 급등했다. KODEX 삼성그룹 ETF(상장지수펀드)는 전일 대비 375원(4.71%) 오른 833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구성 자산인 삼성SDI(6.49%·이하 15일 대비 주가 상승률), 삼성물산(5.71%), 삼성화재(10.48%), 삼성생명(11.48%), 삼성에스디에스(6.23%), 삼성증권(3.6%) 등이 동반 급등하면서다.

그중 삼성에스디에스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이날 DS투자증권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목적으로 삼성전자가 삼성에스디에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합병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며 "삼성에스디에스 주가가 100% 상승한 후 삼성전자와 합병을 진행할 경우 삼성물산과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상당히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삼성물산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각각 5.01%, 1.63%에서 6.05%, 2.3%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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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에 눌린 2차전지·자동차 '반등'…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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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뉴스1

미국발 악재에 동반 폭락했던 2차전지주도 반등했다.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1만2500원(3.37%) 상승한 38만3500원에 마쳤다. LG화학(4.14%), POSCO홀딩스(4.5%), 포스코퓨처엠(2.86%), 엘앤에프(4.62%)도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1%), 에코프로(3.52%), 에코프로에이치엔(4.88%)이 올랐다.

지난주 2차전지주의 동반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탓이다. 두 자릿수에 달하는 낙폭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날 반등을 보였다. 하지만 2차전지 업종의 불확실성을 키울 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고한다.

우선 수요 둔화가 가시화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들의 총생산가동률은 △LG에너지솔루션 60% △삼성SDI 68% △SK온 46% 등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제조사들의 가동 수준이 저조한데, 이는 정체된 전방 수요 장기화를 의미한다"며 "트럼프 정책 확정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섹터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상반기 역대 최고가를 찍은 이후 지속 내림세를 보여온 자동차 대형주도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5.34%, 5.57% 상승 마감했다. 지난 15일 기준 두 종목은 연중 고점 대비 각각 32% 내린 주가를 보였다. 하지만 견조한 실적 성장세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도가 높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왔다.

자동차주가 트럼프의 강경한 관세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2차전지주와 상반된 증권가의 전망이 돋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그룹은 장기 관점에서 오랫동안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다"며 "전기차 수요 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했고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해 미국, 인도 현지 생산 능력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