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로 1주일 만에 美 증시 77조원 몰려, 금융위기 이후 2번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번째로 많은 금액
추가 과열 상승 기대 vs 이미 너무 비싸다 의견 갈려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트럼프 트레이드' 열풍으로 1주일 동안 미국 증시에 유입된 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간 기준 2번째로 많았다는 집계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증시가 비록 일부 후퇴했지만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간다는 기대와 현재 시장이 과열상태라는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 열풍은 이미 기관 투자자들이 선도하고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SJ 보도 당일 미국 금융정보업체 뱅크레그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3·4분기 말 기준으로 미국 은행들의 자산 거래 잔액이 1조달러(약 1391조원)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는 2008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은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자산을 거래했으며 은행들 모두가 여러 자산 중에서도 주식 거래량을 가장 많이 늘렸다. JP모건이 보유한 주식은 올해 초 850억달러 규모였으나 3·4분기 말에는 1900억달러(약 265조원)로 2배 이상 뛰었다.
미국 투자자문사 티로우프라이스의 도미닉 리쪼 기술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 야성적 충동 유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증시에 트럼프가 약속한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쪼는 트럼프가 외국과 관세 전쟁을 일으킬 경우 미국 제조업 부흥 및 국내 소비 촉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선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된 것 자체가 호재라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는 14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 경제가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으로 성장을 이어간다고 예측했다. 그는 "우리는 증시와 상품, 선진국 채권, 달러 가치 부문에서 긍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에 2.5%로 예상된다며 3년 연속으로 다른 선진국 성장률을 앞지른다고 추정했다. WSJ는 미국 증시 가운데 특히 경기에 민감한 중소형 주식 모임인 러셀2000지수가 이달 대선 이후 약 2% 올랐다며 투자자들이 경기 전망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현재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WSJ에 의하면 앞으로 12개월 동안 S&P500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로 예측됐다. 이는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2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지난 5년간 평균 PER 수치(20배)에 비해서도 높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15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시장 심리 및 투자 포지션이 "위험할 정도로 상승세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신뢰를 가늠하는 미국 10년물 국채의 유통 금리는 15일 기준으로 4.426%로 1개월 전(4.072%)보다 높아졌다.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 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미국 투자관리회사 리서치 어필리에이트의 롭 아노트 창립자는 증시가 특별한 호재 없이 계속 상승하는 단기 과열국면(melt-up·멜트업) 장세를 언급하며 "멜트업이 발생하기에는 시장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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