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해야 하나

정인설 2024. 11.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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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론을 근거로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시민단체들은 환경 보존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책 집행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반면 그린벨트발 아파트 공급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서울 과밀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찬성] 아파트 공급난 해소에 도움…'그린벨트 원조국' 영국도 풀어

정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이달 5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를 해제해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2만 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과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만 가구를 짓기로 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중에서도 난개발 등으로 환경 보전 가치가 낮은 곳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2026년 상반기에 지구를 지정한 뒤 2029년에 첫 분양을 하고 2031년에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해제 후 아파트 입주까지 7년 이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린벨트 내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구 지정 전에 보상 조사를 착수하는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단축시킬 방침이다.

정부가 속도전에 나선 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조기에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 주택 수요가 높은 곳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한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봤다. 그린벨트 원조인 영국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자 지난 7월 집권한 키어 스타머 총리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의 바뀐 입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환경보전이라는 가치를 높게 평가해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때도 그린벨트 지역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현 오세훈 시장도 최근까지 그린벨트 개발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저출생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기존 생각을 고수하기 힘들다며 입장을 바꿨다.

[반대] 집값 안정에 큰 기여 못해…미래 세대 유산 훼손될 수도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린벨트발 주택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여긴다. 또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건 과거 정부에서 이미 확인된 실패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역대 정부 중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을 반대론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다.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서울의 마곡·위례, 경기도 판교·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이 공급됐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린벨트를 풀어 투기 수요만 자극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정 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고 강조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등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에서 5년간 지분매매 거래가 47.3%를 차지했다.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에서 투기 의심 이상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그린벨트 해제 후폭풍도 재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번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그로 인한 폐해는 회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6개 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 외곽에 149㎢ 규모로 지정돼 있다.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해당한다. 이른바 ‘서울의 허파’로 불리며 공기 질 개선이나 환경보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그린벨트를 해제한 서리풀 지역은 서울에서 녹지 비율이 낮은 강남 지역이라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강남 지역이 아파트 숲으로 무한대로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개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논리도 있다. 당장 주택 부족 해소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방편으로 그린벨트에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 생각하기 - 성역 아니지만 환경 고려한 개발 필요

주택 시장 위주로 보면 그린벨트는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은 아니다. 국토의 70%가량이 산지여서 도시 개발과 주택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그린벨트는 풀 수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도 같은 이유로 그린벨트에 주택을 지었다.

게다가 이번에 해제된 그린벨트는 주변 개발로 보존 가치가 낮은 편이다. 다만 환경을 고려해 무분별한 개발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주택 공급보다 환경을 우선하면 그린벨트는 아파트 건설 후보지가 아니라 보존 가치가 높은 자산에 속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환경 파괴라는 희생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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