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블로그’ 대응한 김문기”…대장동·백현동 의혹 짙게 한 판결문 보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도 허위사실 판단...“국토부 압박 없었다”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이 최근 짙어진 분위기다. 이 대표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두 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가 최근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서다. 이 대표는 네 건의 재판 중 첫 시험대에 오른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 15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당선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전파력이 큰 방송 매체 등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이 대표가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는 대목이 수 번 등장한다. 이 대표에게 '벌금형'이라는 예상을 깨고 중형 판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김문기 관계' 집중 설명한 1심 재판부
1심 재판부가 써 내려간 130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을 보면, 중형을 선고한 배경은 이 대표가 △대통령선거에 당선될 목적이 분명했고 △이를 위해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발언했으며 △이를 파급력이 센 방송 매체 등을 통해 공표한 점 등이다. 문제의 발언이 지난 2021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사실도 언급됐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된 때였다. 이런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이 "의혹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함"이라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당시 대선후보 신분의 이 대표는 2021년 12월 한 방송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전 처장의 사망 하루 뒤 이뤄진 인터뷰였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사진에 대해서는 '조작설'도 제기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5년 1월 호주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골프를 친 사진을 두고 "조작됐다"고 했다.
이 대표가 관련성을 부인한 김 전 처장은 누구일까. 그는 당시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로 주목받고 있었다. 2021년 10월21일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포함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했다. 민간업자에 대한 추가 이익금 배당 등을 가능케 하는 조항에도 관여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탄 상황에서 그의 직속 상사였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2021년 12월10일 사망했다. 김 전 처장도 같은 달 21일 사망했다.
"김문기, '이재명 블로그'에서 대응글 작성하기도"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접적으로 이런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골프 동행' 등을 부인한 것은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간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공식 블로그에 '성남도시개발사업 Q&A' 글을 게시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응해 왔다. 김 전 처장은 이 게시글 등을 검토하고 대응 보도와 관련해 기자의 연락처를 전달받기도 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데 관여했다. (중략) 대장동 개발 특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관여 의혹,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김 전 처장과의 해외출장 동행과 골프 동반, 김 전 처장에 대한 표창장 수여 등의 의혹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같은 취지의 발언을 계속했다."
이는 이 대표에게 '고의성'이 있었다는 지적으로 연결된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2021년 9월경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문제의 발언(2021년 12월)이 있기까지 여러 해명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다만 '골프 사진 조작'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죄 부분에 대해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구성) 관계에 있는 골프 발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토부 압박? 오히려 압박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변경 배경과 관련해 "당시 국토교통부의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도 허위사실로 인정됐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요구했고,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현동 사건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4~18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인 부동산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측에 특혜를 몰아줘 이익을 갖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2014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와 부지 매수 양해각서(MOU)를 맺고 성남시에 여러 차례 부지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두 단계 높여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반려했다. 그러나 결국 4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결론적으로 민간업자는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지역 상향,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브로커 김인섭씨가 용도변경 등의 청탁을 성남시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부지 변경에 대해 "국토부의 압박"을 수차례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 측이 재판 과정에서 '압박'의 근거로 제시한 △국토부의 지자체에 대한 종전 부동산 매입 수요조사 △국토부의 시도 부단체장 협의회 개최 관련 공문 △국토부의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 개최 보도자료 △종전부동산 매각 부진과 매입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 매입에 대한 언론보도 등의 증거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토부의 압박 사실이 부정됐다. 판결문에는 "국토부는 2014년 12월9일 공문에서 앞서 보낸 식품연구원 부지 협조 요청이 의무조항이 아니라며,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변경 가능하다고 성남시에 답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명 준비할 시간 있었는데 허위 패널까지 준비"
되레 이재명 대표의 고의적인 거짓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17년 성남시의회에 이어 2021년 10월경에도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대표 측의 대응이 이어졌다"며 "이 대표에게는 국정감사 이전에 이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거나 그간의 사정을 돌이켜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이 대표가 발언 도중 제시할 패널 등도 미리 준비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거론했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고 설명한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식품연구원 부지 의혹에 대응하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방송 인터뷰와 국정감사 중계 등 '전파력이 센' 매체를 이용해 공표된 사실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오후 정치권과 법조계의 예상을 넘어 이 대표에게 중형을 내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만 확정돼도 직을 잃는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2년에는 못 미치지만, 대법원의 양형기준의 기본형보다 가중 처벌된 결과다.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선거법 등에 따라 향후 10년간 피선거권도 잃는다. 정치인에게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5년간 피선거권 박탈)보다 치명적인 중형이다. 법조계는 1년 내로 대법원 선고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으로도 1심 선고를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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