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 반응은?…전남도 ‘격한 환영’ vs 순천시 ‘시큰둥’
김영록 전남지사 “역사적인 합의…도민과 함께 뜨겁게 환영”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대·순천 외 통합의대·병원 설치 반대”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전격적인 통합 합의에 전남도는 격하게 환영했다. 다시 공모방식으로 회귀하는 '파행(?)'이 두 대학의 통합 성사로 일단 차단됐다고 보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내 각계각층도 일제히 환영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줄곧 전남도 주도 공모방식의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에 반대해온 순천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영록 전남지사 "통큰 결단"…의대 신설 물꼬 튼 '통합'에 초점
전남도가 가장 반색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통합 합의문이 발표된 16일 낸 환영문에서 "전남의 대표 거점 국립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가 역사적이고 대승적인 '대학 통합'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온 도민과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통 큰 결단을 한 순천대 이병운 총장과 목포대 송하철 총장께 감사를 표한다"며 "정부의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두 대학이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수도권 대학에 절대 뒤지지 않는 글로벌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전국 최초의 선도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통합 대학과 지역 전략산업을 연계한 글로컬 프로젝트 사업과 지역대학 혁신사업을 지원해 지역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에서 취업까지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의 뜨거운 환영 배경에는 옥동자를 출산하기까지 겪은 산통(産痛)이 깔려 있다. 한때 전남도 안팎에선 통합 전남 의대 설립을 위한 대학 통합이 무산되면서 동서 간 극한 갈등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두 대학의 통합 시도가 전남도가 제시한 1차 의대 공모 마감 시한인 15일을 넘기면서 끝내 2차 마감인 20일까지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애초 계획대로 1개 대학만 의대 유치 후보로 추천하는 공모로 회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학통합 성사여부가 전남 국립의대 신설의 최대 승부처였다는 얘기다.
이날 도지사 성명이 비록 대학 통합 합의에 초점을 맞췄으나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전남의 두 국립대학이 한 살림을 차리게 되면서 전남의 30여년 숙원사업인 국립의과대학 신설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관규 순천시장 "지켜 볼일"…전남도에 '불편한 속내' 여전
반면 전남도와 대립각을 세워 온 순천시는 온도 차를 보였다. 순천시는 18일 오전까지 직접 논평을 내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노관규 시장은 이틀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전남도를 견제하는 듯한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다.
노 시장은 "어제(15일) 저녁 순천대·목포대 양 총장이 의대 유치를 공모 대신 통합하기로 합의했다"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순천시는 일관되게 공모 반대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두개 의대 두개 병원을 신청하자는 거였다"며 "이제 공모로 갈등 상황을 만든 분들이 어찌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고 썼다.
이는 향후에 이어질 전남도 주도의 통합의대 입지 선정을 둘러싼 의심과 불편함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 시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통합 찬성 여부와 정부가 통합의향서 합의만으로 신설 의대 정원을 배정해 줄 것인지 등을 '넘어야 할 산'으로 거론했다. 특히 통합 의대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가장 큰 쟁점으로 꼽았다. 의과대학을 두 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의과대학을 하나로 하고 대학병원을 두 개로 할 것인지 여부다.
그러면서 노 시장은 "목포대에 통합의과대학을 두는 것은 의료 논리에 어긋난다"며 "순천시는 통합의대도 일단 순천대에 신설되고, 부속병원도 순천에 설치되는 것 외에는 모두 꼼수라 보고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끝으로 "통합은 대학이 주도할 일이나 지역의 명운이 걸린 일이므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결정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며 "통합의과대학이 설치되는 곳으로 대학 통합이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후폭풍은 슬프게도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고 적었다.
각계각층, 일제히 환영…"동서 갈등 해소 계기"
전남 도내 각계 각층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18일 입장문을 내고 "도민의 염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목포대-순천대의 통합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두 대학의 통합 합의는 지지부진했던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앞당기고, 전남의 동서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며 "전남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거점 국립대학이 탄생하고 의과대학이 신설되면 지역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반겼다.
전남도 시장·군수협의회도 전날 목포대·순천대 대학 통합 및 통합 의대 설립 합의 환영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의대 유치는 전남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180만 전남도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큰 숙제"라며 "지역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양 대학의 결정은 도민의 오랜 염원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환영했다.
협의회는 "두 대학의 합의는 지방 소멸 위기의 파고를 넘는 전남 모든 시·군이 나아가야 할 협력의 모델이 될 것이다"며 "전남 모든 지자체가 양보와 협력을 통해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으로의 길에 들어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통 끝에 '전남의대' 출산…그 내막은
그간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은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동력이 생겼지만 설립방식을 놓고 공동의대→단독의대→통합의대로 이어지는 진통을 겪었다. 특히 세부사항, 즉 의대를 어디에 세울지에 들어가면 첨예한 의견 대립이 생기면서다.
전남도는 '통합의대'와 '1대학 2병원' 등으로 국립 의대 신설을 추진해왔다. 이와 달리 순천대는 그동안 양 대학에 별도 의대(캠퍼스) 설립을 주장하며 통합에 반대했다. 순천시도 순천대와 순천에 통합의대와 부속대학병원 설치를 주장했다.
두 대학은 기획실장을 중심으로 14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했으나 대학 운영 문제 등 이견이 있어 통합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처럼 두 대학의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다시 단독의대, 즉 공모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산통 끝에 국립 목포대와 국립 순천대는 지난 15일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이 이날 저녁 만나 통합 추진 원칙, 로드맵 등에 통큰 결단을 내리면서 전남지역 숙원인 국립의대 설치에 큰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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