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하나로 매출 1000억원대 넘긴 '한우물 기업'
生生 스몰캡 | 제룡전기
변압기로 1000억원대 매출
1986년 이후 한 우물 파며
진입장벽 높은 미국시장 뚫어
낡은 미국 전력망 크게 작용
변압기 수요 가파르게 늘어나
데이터센터 늘어나는 것도 호재
낡은 미국 전력망,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등을 이유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력을 적정한 전압으로 바꿔주는 '변압기'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를 통해 수혜를 톡톡히 보는 기업이 있다. 회사 매출 100%가 변압기에서만 나오는 '제룡전기'다.
전력을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정한 전압으로 바꿔주는 장치. 변압기다. 별것 아닌 제품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변압기가 없다면 전기를 사용하는 물건은 모두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이런 변압기 하나로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 1986년에 설립하고 1997년 코스닥에 상장한 '제룡전기'란 곳인데, 매출의 100%를 변압기로만 벌어들인다. 변압기 중에서도 22.9㎸ 이하의 중저압 제품(배전·산업용)을 주로 생산한다.
변압기 산업은 제품의 품질과 노동력이 중요한 만큼 장기간에 걸친 숙련된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1986년 이후 한 우물을 파온 제룡전기는 경쟁력이 남다르다. 이를 무기로 제룡전기는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시장도 뚫어냈다.
여기엔 미국 전력망이 낡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2020년 미국 대형 변압기의 70%가량이 설치 수명 25년을 초과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2022년 11월 총 105억 달러에 달하는 전력망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변압기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제룡전기는 이런 호재를 톡톡히 누렸다.
2022년 하반기 미국 최대 전력 생산업체 AEP(American Electric Power)와 78억원 규모의 주상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제룡전기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1년 488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861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183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미국향 수출이 실적 성장세를 견인한 셈이다.
올해 실적도 나쁘지 않다. 올 상반기(누적 기준) 제룡전기는 매출액 1425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6.7%(763억원→1425억원), 영업이익은 107.4%(282억원→585억원)이나 증가했다.
수출 비중은 지난해 82.0%에서 91.6%로 더 높아졌다. 제룡전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호재는 또 있는데,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 EA)는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 026년 최대 1050TWh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선 송전망보다 배전망이 중요하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룡전기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92억 달러였던 데이터센터 변압기 시장 규모가 2032년 168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 제룡전기의 매출액은 지난해(1839억원)보다 8.7% 증가한 2800억원, 영업이익은 702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42.4% 늘어날 전망이다. 줄기차게 '변압기 시장'만 파온 제룡전기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참고: 해당 내용은 iM증권의 공식 의견이 아닌 기고자의 개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종현 iM증권 차장
langers79@naver.com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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