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뒤통수 치는 귀뚜라미 ‘중국으로, 보일러 기술 수십차례 팔아넘겨’ 왜 이러나

손재철 기자 2024. 11. 18. 15: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에 한국 중소기업 기술, 수 십차례 빼돌려


‘국내 보일러’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귀뚜라미가 자사 하청업체 기술을 건네 받아 이를 몰래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수사 집중 조사를 받는다. 하청을 준 중소기업에서 부품제조 기술을 받아 이를 중국으로 넘겨 궁극적으로 ‘하청업체 보다 제조단가’를 낮추려 한 것이 골자다.

귀뚜마리 홈페이지 캡처. ‘보일러는 역시 귀뚜라미’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보일러 완제품을 판매해 오고 있다.


18일 보일러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보일러, 온수매트 등을 제조하고 있는 귀뚜라미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5천400만원을 부과하고, 귀뚜라미그룹의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 법인도 검찰에 고발했다.

귀뚜라미 홈페이지 캡처. 보일러 온수 온도 센서는 보일러 제조 기술 중 제어 부문 상위에 해당된다.


온도센서는 보일러 제품 개발 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이 부품 경쟁력이 약하거나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면 보일러 구동에 문제가 발생한다.


귀뚜라미는 2020년 7월∼2021년 3월에는 보일러의 온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더 싸게 납품받고자 기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무려 32건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중국 경쟁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뚜라미에서 판매 중인 카본 매트, 사실상 전기 매트다.


뿐만 아니라 2022년 5월에도 냉방기 관련 전동기 납품단가를 낮추고자 거래하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2건을 국내 다른 경쟁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자료를 받은 중국업체 등은 개발에 성공해 제품 일부를 실제로 ‘귀뚜라미에 납품’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이 외 2012∼2022년 수급사업자들로부터 기술자료 46건을 요구하면서 그 목적 등이 기재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공정위는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가 절감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부당하게 제공하는 행위 등을 제재한 것으로, 업계의 유사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귀뚜라미는 국내 보일러 제조, 보일러 설비, 온수매트, 카본매트 등 난방 기술 분야에서 ‘경동나비엔’과 함께 동종 부문 상위 카테고리 선두 기업이다. 다수의 하청업체들과 협업해 완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자사 기술력이 더해졌다고 홍보하면서 ‘편의성과 숙면 기술’을 강화한 ‘귀뚜라미 3세대 카본매트’라는 전기 매트 등도 판매하고 있다.

보일러 부품 제조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귀뚜라미는 수차례 중소기업 기술만 빼가고, 정작 ‘오더’ 계약은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똘똘한 중소기업에서 기술 받아 이를 중국에 헐값에 팔아 넘기는 일. 이 어처구니 없는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중국이 한국 보일러 시장 뿐 아니라 IT, 사물 인터넷 등 주요 모든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가질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지탄했다. 이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가격 낮추는 식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귀뚜라미와 같은 동종 보일러(가스, 기름) 제조사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완제품 개발 시 경동에버런 등 자회사를 통해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다. 열교환기, 버너 등 주요 부품들을 외부에서 받으면 가격을 낮출 순 있어도 ‘하자’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보일러 유통 설비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는 생명과 직결되는, 한번 설치하면 오래 써야 하는 열난방 제품”이라며 “품질 증대 협력을 위한 외부 아웃소싱은 모든 기업들이 하지만 안전을 위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