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정숙 시스터즈’의 엔딩…넘치거나 모자라거나[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11. 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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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정년이’ 포스터. 사진 tvN



지난 주말은 11월 드라마 판도가 크게 한 번 뒤 바뀌는 반환점이었다. 공교롭게도 15일 금요일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비롯해, 17일 같은 밤 tvN 드라마 ‘정년이’와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가 모두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세 작품은 시청률 수치로는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지만, 모두 작품성에 있어서는 각기 개성을 살린 연출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던 작품이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수사물의 틀에 아버지와 딸의 불신과 긴장 그럼에도 끊을 수 없었던 천륜의 아이러니를 다뤘고, ‘정년이’는 여성국극의 재미를 알려주는 소녀의 성장사였기 때문이다.

‘정숙한 세일즈’는 보수적인 시대 여성의 자유를 넓힌 네 여자의 활약을 다뤘다. 코믹한 터치에 중간중간 뭉클한 감동 그리고 스릴러의 작법도 포함된 복합장르의 작품이었다.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포스터. 사진 JTBC



특히 이 중에서 이른바 ‘정정 시스터즈’라 불리는 정년이와 정숙씨의 활약이 돋보였다. ‘정년이’는 5%대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17일 마지막회 시청률이 전국 16.5%, 수도권 17.1%(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었다.

‘정숙한 세일즈’ 역시 4%대의 시작에 이어 마지막 12회의 방송분이 전국 8.6%, 수도권 9.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보통 두 자릿수 시청률이 중박 이상의 결과를 말하는 지금의 기준에서는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정 시스터즈’의 두 작품은 모두 당대 여성의 서사였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여성들로만 이뤄진 여성국극을 소재로 다뤘다. 하지만 눈으로 보였던 여성국극의 화려함 뒤에는 어떻게든 배역을 차지하려는 배우들의 욕망, 그 속에서 시련을 딛고 일어나던 윤정년의 성장사가 있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정숙한 세일즈’는 훨씬 뒤인 1992년을 다루지만 성인용품 방문판매에 나선 네 여자라는 도발적인 소재를 택했다.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성인용품을 팔면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색안경을 끼던 당시의 상황을 연대를 통해 돌파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렇게 여성서사의 지평을 넓힌 부분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지만, 결말에 있어서는 조금의 아쉬움도 남았다.

‘정년이’의 경우는 원작 웹툰 137회 분량을 단 12회의 드라마에 욱여넣어야 한다는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정년의 주변 캐릭터들은 거의 다 뭉개져 존재감을 잃거나 아예 삭제됐으며, 정년의 서사 위주로 진행되는 데다 국극 장면도 들어갔어야 해 정년의 캐릭터 성장이 다소 끊겨 보이는 한계가 존재했다.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출연 배우 김소연의 주요장면. 사진 JTBC



‘정년이’의 경우 그 틀이 모자랐다면, ‘정숙한 세일즈’는 그 틀이 넘친 경우다. ‘정숙한 세일즈’는 초반 성인용품 방문판매 4인방이 주변의 색안경으로부터 독립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지만, 중반 이후 서영복(김선영) 남편의 사고와 김도현(연우진)의 엄마 찾기가 본격화되며 신파로 흐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오금희(김성령)와 김도현의 서사가 주가 되면서 주인공 한정숙(김소연)은 뒤로 밀려났고, 마지막회 막판에 방문판매 업체의 도산을 묘사하는 시련이 뒤늦게 들어오는 등 분량 배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모자라거나 넘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결국 ‘정정 시스터즈’의 활약은 연초부터 이어진 여성서사가 강점인 올해 TV 드라마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냈다. tvN은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JTBC는 ‘옥씨부인전’으로 주말극을 이어간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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