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만족도 높은데..재정지원금은 뉴욕의 11분의1

김지현 기자 2024. 11. 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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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내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 서울 1억1000만원..영국 런던은 1억7000만원·뉴욕 일부 구간 11억2000만원
서울 중구 한 대로변에서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가 환승할인 등으로 발생하는 적자 보전을 위해 시내버스에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2년 기준 시내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은 서울이 뉴욕의 11분의1 수준에 그쳤다.

대한교통학회는 1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 시내버스의 재정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민 교통복지 향상을 위해 버스 재정분담금을 늘리고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대중교통지원 계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나왔다.
교통·환경·에너지세, 버스 투자에도 사용해야
/사진제공=대한교통학회
김세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교통수단은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버스"라며 "버스는 철도와 달리 저비용 고효율의 교통수단이지만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활용할 때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궤도교통에만 쓸 수 있도록 돼 있어 규정과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교통·환경·에너지세 재원이 버스와 관련된 투자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 원장도 주제발표에서 서울의 시내버스 재정지원 규모가 뉴욕, 런던과 같은 다른 글로벌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시내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은 서울이 1억1000만원으로, 런던(1억7000만원)의 65% 정도에 그쳤다. 뉴욕은 버스노선이 두 개의 브랜드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4억6000만원(MTA NYCT), 11억2000만원(MTA Bus Company)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승객 1회 통행당 재정지원금도 2022년 기준으로 서울은 672원인 반면 런던은 837원, 뉴욕은 5643원(MTA NYCT), 1만4640원(MTA Bus Company)이었다.

이에 임 원장은 시내버스에 대한 '재정지원금 감축' 강박에서 벗어나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도시들은 기후 비상사태의 대안으로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시내버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에 합당한 재정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런던·뉴욕 코로나19 적극 지원..'서비스 강화' 관점 전환해야
서울역을 지나는 서울 시내버스와 이용객들 모습 /사진=뉴시스
임 원장은 특히 런던과 뉴욕 모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기간 시내버스 지원을 확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팬데믹 기간 적자운영이 불가피했던 시내버스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며 "그 결과 1억3000~1억5000만원이었던 시내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은 2020~2021년 3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도 팬데믹 기간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TA Bus Company의 버스 한 대당 재정지원금은 팬데믹 이전엔 뉴욕시 보조금 4억3000~5억40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엔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더해져 11억2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임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의 시내버스 이용 승객 수는 전년 대비 크게 줄었고, 그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폭등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코로나 특별회계 등으로 처리하지 않다 보니 사실상 사업조합 측에 부담이 전가됐다"며 "이런 논란의 과정에서 재정지원금을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은 적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중앙정부 시내버스 재정지원에 대한 명확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고,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이날 임 원장은 영국에서 시행 중인 양허통행 환급금 제도를 사례로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1985년부터 고령자와 장애인, 학생, 청소년, 어린이, 직업훈련 교육자 등의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요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임 원장은 "현재 서울의 교통복지 시스템을 청소년과 노인 할인 등 일부 정책이 존재하지만, 국제적 수준의 포괄적 교통복지와는 거리가 있다"며 "영국의 양허통행제도 철학과 발상법을 참조해 버스에도 어르신 통행에 대한 교통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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