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성공한 여당…그 뒤엔 尹과 한동훈 이어준 추경호
최근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관심이 쏠린다. 당의 투톱으로서 외부로 드러나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당과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과 친한(친 한동훈 대표) △원내와 원외 △초·재선과 중진 등 여러 이해집단의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키맨'(핵심 인물)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1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4%p(포인트) 오른 23.7%를 나타냈다. 3주만에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셈이다. 14~15일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0.9%p오른 31.6%를 기록했다.
최근 여권에서 추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졌던 장면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G20(주요 20개국) 순방을 마친 후인 이달 말쯤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을 예정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고 여권 지지율이 급락하자 추 원내대표는 이달 초 대통령실에 "대국민 소통 자리를 앞당기자"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추 원내대표의 건의를 즉각 받아들여 회견 일정을 지난 7일로 앞당겼고 대국민 사과와 각종 논란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담화 직후에도 추 원내대표는 곧바로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추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당 지도부 차원의 메시지를 내면서 자칫 여당 내부에 나올 수 있는 불협화음을 자제시키고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당내 친윤계와 친한계가 극명하게 의견차를 보이던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에 대해도 추 원내대표의 조용한 중재 작업이 빛을 발했다고 한다.
원래 특별감찰관은 야당이 거부 중인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 안건에 대한 대야(對野) 압박 카드였다.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분리해 특별감찰관을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를 두고 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온 것도 "상대 당에 대한 압박 카드를 먼저 내려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 대표의 제안 이후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선 잇따른 김건희 여사 논란을 해소할 돌파구로 특별감찰관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달 하순 한동훈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직후 22대 의원 단체 대화방에 "즉각 의원총회를 열고 추진방침을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표결까지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여당에선 지난달 말 즉각 의총을 열고 특별감찰관 추진 여부에 대해 표결까지 가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개별 의원과 직접 소통으로 특별감찰관 문제의 특수성을 설득하는 한편, 잠시 '냉각기'를 두는 방식으로 잡음을 진정시켰다. 지난 14일 의총을 앞두고는 한동훈 대표를 만나 "조용히 조율하겠다"는 취지로 설득하고 대통령실에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동시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최악의 졸속·꼼수 입법"이라고 비판하며 대야 공세에 당의 역량을 집중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장시간 찬반 토론이나 표결 없이 특별감찰관 임명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진행에 대해선 원내대표에게 일임키로 결정했다. 특별감찰관 문제를 표결에 부칠 경우 자칫 당의 분열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 심화 없이 의견을 모아낸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등 문제는 단순한 제도 문제가 아니라 '당 지지율 회복 대책이 필요하다'는 측과 '대통령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측 등 당 내부에 있던 서로 간의 신뢰 문제였다"며 "당내 이견으로 자칫 격론과 잡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견 수렴을 통해 박수로 (특감 추진 당론을) 결정하는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는 무선과 유선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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