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대가' 방영주 교수 "임상시험은 환자가 신약 접할 새 기회"

구단비 기자 2024. 11. 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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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P1일담]①30여년간 임상과 동고동락한 방영주 서울의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전 세계 도시 중 임상 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 서울입니다. 이곳에서 묵묵하게 연구하는 임상시험 책임자(PI) 덕분에 서울은 7년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임상강국 한국의 숨은 조력자, PI를 만나 임상 후일담을 들어봅니다.

방영주 서울의대 명예교수 겸 방앤옥컨설팅 대표이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5년 이상 걸리는데 제 눈앞에 있는 환자는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없었어요. 환자에게 신약을 써볼 수 있게 하려면 제가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죠."

'임상의 대가'로 불리는 방영주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명예교수가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방 교수는 세계적인 항암치료 권위자이자 수많은 임상시험에 참여해왔다. 국내 첫 글로벌 임상시험 책임자(PI)이자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방 교수는 "1986년부터 암 환자 진료를 해왔는데 당시에는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10여종에 불과했다"며 "시간이 지나다보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는 환자도 있었는데, 그런 환자를 위해선 효과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는 데 동참하는 게 대학병원 의사의 책임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PI는 제약·바이오, 의학 업계에선 흔히 쓰는 말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다.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이나 의료기기가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선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 안전성을 평가하고 확인되기 위한 연구 '임상시험'이 진행돼야 한다. 임상시험의 전반적인 책임자가 PI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방 교수가 PI가 된 것은 임상 현장에서 암 환자 진료와 암 치료법 개발 연구에 헌신하기 위해서였다. 방 교수는 "어떻게 하면 국내 환자가 더 빨리 신약을 써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1상 임상시험을 참여하면 되겠구나 결론을 내렸다"며 "1상 임상시험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참여했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1상 임상에서는 특정 환자에게 높은 반응률을 나타낸 새로운 표적용법의 항암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 교수는 "2010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몇 안 되는 기조강의 연자로 선정돼 수만명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하는 영광도 맛봤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인 일로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또 한국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큰 사망원인이었던 위암에 몰두해 위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최초로 입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의료진과 환자의 헌신으로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 점유율 기준 국가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에 따르면 서울은 7년째 전 세계 제약사 주도 의약품 임상시험 도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방영주 서울의대 명예교수 겸 방앤옥컨설팅 대표이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방 교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의료 인프라와 임상시험 인프라를 갖고 있고 연구자들의 글로벌하고 유연한 사고 탓"이라며 "정부의 지원도 많고 환자 수가 많은 대형병원의 존재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계속해서 임상 강국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제약·바이오업계의 활약이 필요하다고 봤다. 방 교수는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신약을 개발해줄 좋은 회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라며 "자국 내 신약에서 신약을 개발하면 당연히 임상시험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자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자국에서 임상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투자가 많은 나라는 임상을 많이 하고 그와 관련된 데이터를 쌓게 되는 구조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에서 임상시험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현지 기업의 활발한 신약 개발 덕분인 셈이다.

하지만 방 교수처럼 환자를 위해 신약을 먼저 써보고 싶은 의료진이 있어 임상강국 타이틀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방 교수는 "동기와 의지를 가진 연구자가 매우 많다. 우리의 강점이자 임상 강국인 이유"라며 "한국은 일찌감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등 다양한 지원도 해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 교수는 오랜 기간 함께했던 임상 현장을 떠나 신약개발에 도움을 주는 방앤옥컨설팅 연구소를 창업했다. 첫 인터뷰 요청에도 "은퇴했으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거절했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조언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응했다. 방 교수는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신약 개발, 신의료 개발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컷대-P1일담/그래픽=윤선정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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