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일본전 완패로 ‘사면초가’···팬심은 식고, 신뢰 보낸 회장도 불만 표출
신태용 감독을 둘러싼 인도네시아 현지 기류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전 0-4 완패 이후 축구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동안 신 감독에게 신뢰를 보여왔던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도 패배에 큰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CNN 인도네시아는 18일 “토히르 PSSI 회장은 (일본전 결과에)매우 실망하고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선수단과 신태용 감독에게 (다음 사우디 아라비아전) 도전 의지를 가질 것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토히르 회장은 “일본을 상대로 한 훈련은 매우 좋았고 선수들은 낙천적이었다. 경기에서 비록 졌지만 희망이 있어야 한다. 다음 사우디와의 경기에서는 승점을 얻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0-4로 완패했다. 이로써 승점 3(3무 2패)에서 제자리걸음한 인도네시아는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와 2위 호주(1승 3무 1패·승점 6)의 격차는 아직 3점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티켓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일본전 완패 후 현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 매체 ‘라다르 시투본도’는 17일 “신태용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소셜미디어(SNS)에 가득하다”며 “팬들은 귀화정책으로 인한 전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부진하는 것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 감독은 일본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회를 잘 만들었음에도 살리지 못했다”면서 “냉정하게 최악의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3~4위를 노리겠다. 감독으로서 압박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을 이겨내도록 노력할 것이며, 선수들과 단합해 월드컵 무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감독이 압박감을 적잖게 느끼는 데에는 흔들리는 팬심과 함께 그동안 신뢰를 보내온 토히르 회장의 태도 역시 다소 바뀐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토히르 회장은 “내가 싫어하는 것은 우리가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최적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서로를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토히르 회장은 홈에서 일본에 완패한 데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신 감독은 부임 후 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에서도 변방에 머물렀던 인도네시아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지난달 중국전 패배(1-2) 이후 일본전 완패로 순식간에 궁지에 몰리게 됐다. 19일 열리는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분위기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신 감독에겐 자신의 거취가 걸린 운명의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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