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2명 난도질한 살인마가 집에 찾아왔다...기지 발휘해 검거한 사연은

김세령 2024. 11. 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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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18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한진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금부터 전해드릴 이 상황을 잘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이 두 남녀는 어떤 관계고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을까요?

□박 씨: 나한테도 당신만한 아들이 있어요. 딱 보니까 며칠 씻지도 못한 것 같은데, 맞아요? 밥도 제대로 못 먹었구나... 일단 저기 화장실 가서 샤워 먼저 하고 내가 국수 끓여줄 테니까 그거 먹고 가요.

◇이원화: 어떻게 들으셨나요? 과연 이 상황 그리고 이 두 남녀는 어떤 사이로 느껴지셨나요? 언뜻 들으면 아들 뻘의 남자를 살뜰히 챙기는 마음 푸근한 중년 여성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한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생사가 오갈 정도로 말이죠. 전혀 감이 안 오신다고요? 그렇다면 이 상황 조금 더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박 씨: 저기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범인: 컴퓨터 좀 쓸 수 있을까요? 뭐 확인할 게 좀 있어서.

□박 씨: 저기 작은 방에 가면 컴퓨터 있어요. 그거 써요. 나는 여기 청소 좀 해야 해서 청소기 돌릴 건데 조금 시끄러울 수 있어요. 청소기 소리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아이고~. (작은 소리로) 여보세요. 아들 엄만데, 지금 우리 집에 경관 살해범이 와 있거든 얼른 신고 좀 해. 얼른 이러다 큰일 나겠어.

◇이원화: 여성의 집에서 샤워도 하고 밥도 얻어먹고 심지어 컴퓨터까지 얻어 쓴 이 남성은 경찰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 중이었던 범죄자였는데요. 과연 이후의 상황 어떻게 됐을까요? 기지를 발휘했던 중년 여성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한진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한진구 변호사(이하 한진구):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한진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집에 있는 듯 누군가 베란다라든지 창문을 통해서 갑자기 침입했다. 심지어 흉기를 들고 있었다. 이러면 그 공포감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상상도 안 되거든요.

◆한진구: 저도 갑자기 흉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그것도 다른 것도 아닌 집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게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늘 저희가 다룰 사건에서 이런 공포스러운 일이 발생했던 것인데요. 2004년 8월 8일 오후에 집에서 외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당시 40대 여성 박 씨의 집에 느닷없이 한 남성이 침입하여 박 씨에게 자신이 경관 2명을 죽인 살인범이다 라고 하며 흉기로 박 씨와 박 씨의 어린 외손자를 위협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박 씨는 그 범인을 일단 안심시키기 위하여 기지를 발휘했는데요. 범인에게 당신 나이대의 아들이 있으니 절대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또 국수를 끓여주겠다고 하면서 범인의 경계를 누그러뜨려 자칫 바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던 위기를 일단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저라면 절대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한진구: 저도 이렇게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박 씨는 계속하여 범인의 경계심을 풀기 위하여 국수와 과일을 차려주고 또 범인의 옷이 더러워져 있는 것을 보고 박 씨와 같이 살던 사위의 셔츠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범인을 신고할 틈을 계속 노리고 있었는데요. 마침 범인이 자신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고자 중간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한 것입니다. 박 씨는 자연스럽게 청소를 조금 한다며 진공 청소기를 켜놓고 청소기 소리가 조금 시끄러운 틈을 타서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하여 경찰 2명을 죽인 사람이 지금 집에 있다며 경찰에게 신고하여 달라고 부탁하였던 것입니다.

◇이원화: 아들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행여 범인이 들을까 얼마나 떨렸을까 싶은데 결국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한진구: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 신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며 박 씨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경찰은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을 현장에 출동시켰습니다. 박 씨는 특히 경찰관들이 집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베란다 쪽 창문을 열어놓고 출동한 경찰관을 보자 베란다 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기도 하였는데요. 처음 범인을 마주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것도 정말 엄청난 기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이것을 못 보고 그만 현관 초인종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큰일 날 뻔했네요.

◆한진구: 다시 한 번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다행히 박 씨는 재빨리 같이 있던 외손자와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실 문을 잠그며 피신하여 다시 한 번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범인이 검거된 뒤에 박 씨는 경찰이 베란다 문을 연 것을 못 보고 닫힌 현관문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자칫하면 큰일 날 뻔했다며 경찰의 다소 부적절한 대응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범인은 경찰이 출동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흉기로 배를 찌르며 자해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사이 다시 중간방 창문으로 진입한 경찰관이 범인을 붙잡으며 상황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원화: 앞서 이 남성이 내가 경관 2명을 죽인 살인범이다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만 어쩌다가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건가 이 부분을 좀 짚어봐야 할 것 같긴 하거든요. 처음부터 이 집을 타겟팅하고 들어온 것 같지는 않고요.

◆한진구: 당시 범인은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범인은 경찰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니 대놓고 밥을 먹거나 잠을 자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주를 이어나갈 자금도 문제였는데요. 경찰의 연고선 수사를 의식한 범인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도주를 더 어렵게 하였던 것은 범인이 공개수배 중이었다는 점인데요. 범인에게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현상금이 얼마나 붙어 있었죠?

◆한진구: 무려 5천만 원의 현상금이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아도 상당히 큰 액수였던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신창원이나 유영철 사건에서 걸린 현상금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원화: 그 정도면 현상금 중에서도 거의 최고액이 아닌가 싶거든요. 도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길래,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이었길래 그랬던 걸까요?

◆한진구: 먼저 이 남성에 대한 배경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범인은 절도, 성폭행 등으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등 이미 전과 10범에 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당시 교제하던 애인인 이 모 씨가 만남을 피하자 한 모텔로 이 모 씨를 유인하여 왜 만남을 피하느냐며 협박하고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이 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곧바로 검거 작전에 돌입하였습니다. 이 모 씨는 2004년 8월 1일 한 카페에서 남성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당시 서울서부경찰서 강력반 소속 심재호 경사, 이재현 순경, 정승화 경장이 범인 검거를 위해 미리 카페 주변에 잠복 근무를 하였습니다.

◇이원화: 어떻게 됐나요?

◆한진구: 이 남성이 애인인 이 모 씨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 들어와 이 모 씨와 마주앉자 심재호 경사는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며 체포를 위하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돌연 남성은 흉기를 꺼내 심재호 경사를 공격하였고, 쓰러지는 신 경사를 붙잡던 이재현 순경을 연이어 찔러서 순식간에 카페 안을 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원화: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일단 정상적이지는 않고요. 현직 경찰관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으면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겠다 싶긴 하거든요.

◆한진구: 흉기 소지를 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당시 범인에게 카페 안에 경찰이 있다는 것을 문자로 알려준 김 모 씨가 있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정보를 미리 알게 된 범인은 더욱 경계심이 발동하여 흉기까지 준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범인은 경찰관 2명을 흉기로 무참하게 찌른 이후 도주하려 하였는데, 흉기에 찔린 이재현 순경은 범인의 다리 한쪽을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어깨를 물어뜯으며 도주를 막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흉기를 들고 날뛰는 범인을 선뜻 제압하려고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고, 범인은 이재현 순경을 흉기로 수차례 더 공격한 후 카페를 나와 인근에 세워둔 자신이 직접 운전하던 택시를 타고 그대로 도주하였습니다. 한편 범인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한 두 경찰관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정말 착잡하고 끔찍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안타깝게 순직한 심재호 경사는 경위로, 이재현 순경은 경장으로 사후 1계급 추서되었습니다.

◇이원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건데, 그런데 범인을 체포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은데요. 이거는 왜 그랬던 건가요?

◆한진구: 네 이 남성은 카페에서 도주할 때 사용한 자신이 직접 운전하던 택시로 도주하다가 택시에 GPS장치를 탈거하여 추적을 더 어렵게 하였습니다. 또한 중간에 해당 택시를 버리고 다른 승용차를 다시 절취하여 도주하다가 방화대교 인근에 이르자 차량을 버리고 도주를 이어나갔습니다. 범인은 이어지는 도주 기간 중에는 주간에는 인적이 없는 야산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방화대교 부근 한강 둔치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와 물을 빼 마시며 연명하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다가 도주했을 자금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자 방금 말씀드린 박 씨의 집에 침입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렇게 처음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한 여성의 집에 침입한 그 사건으로 연결되는 상황인 건데 재판에 넘겨졌겠죠? 어떻게 됐나요?

◆한진구: 네. 재판에 넘겨진 범인은 1심에서 경찰관 살해 등 여러 피의 사실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그리고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담당 재판부에서는 2004년 12월 2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에서는 판결 이후로 피고인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할 뿐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공권력에 정면 도전한 만큼 극형이 불가피하다라고 그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원화: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소를 했다는 거죠. 도대체 뭐가 억울하다는 걸까요?

◆한진구: 네 아마 형량이 너무 높게 선고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 같은데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담당 재판부에서는 사전에 경찰관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어 아직은 교화의 필요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감형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하였습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범인에게 경찰이 있다는 사실을 문자로 알려준 김 모 씨도 있었는데요. 김 모 씨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살인 방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원화: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이 항소를 한 전략이 먹혀 들어간 건데 무기징역이라고 합니다만 2004년에 있었던 일이니까 벌써 20년이 더 됐거든요. 행여 가석방되진 않았을지 이 부분도 좀 우려스러운데요.

◆한진구: 네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현재 가석방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에서 가석방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일정한 기간 이상 교도소에서 복역한 수감자가 충분히 교화되었다고 판단되면 임시로 출소시키는 것이 바로 가석방 제도입니다. 변호사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무기징역형의 경우 형이 집행된 지 2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됩니다. 범인도 법적으로는 가석방 대상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합니다.

◇이원화: 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관들의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경각심도 높아지고 실제 처우도 개선됐다고 하죠. 물론 여전히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만

◆한진구: 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관들을 위한 보호복이 현장에 지급되기 시작하고 또 위험 직무 관련 순직 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지원과 예우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도 그렇고 또 지금도 밤낮없이 또 주말에도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처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원화: 이 사건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야 했던 유족 A씨는 한동안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힘들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고 하죠.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그 시선 말입니다. 항상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피해를 입은 유족들의 남겨진 삶에 대해선 너무 무지했던 건 아닐까요? 되돌아볼 일입니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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