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는 청약제도, 2030 내 집 마련 길 넓어진다
청약통장으로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라면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청약 제도 개편을 주목해 봐야 할 때다. 청약통장의 전환, 주택청약종합저축 월 납입액 한도 상향,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확대, 신생아 가구 공공임대주택 최우선 공급 등 청약 대기 수요자에게 중요한 제도 변경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소득과 자산이 많지 않은 청년과 신혼부부라면 이번에 확 달라지는 청약 환경의 변화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통장 전환 허용되고 저축 월납입 인정액 25만원까지
청약예금·부금이나 청약저축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난 10월1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청약통장 전환 제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민영·공공주택 중 한 가지 유형에만 청약할 수 있었던 청약예금·부금과 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모든 주택 유형에 청약이 가능한 것은 물론 종합저축의 높은 금리(2.3~3.1%), 소득공제 혜택, 배우자 통장 보유기간 합산 등 종합저축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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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통장을 전환했을 때 청약 기회가 확대되는 유형은 신규 납입분부터 실적을 인정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청약저축 가입자로서 월 10만원씩 20년간(240개월) 납입한 사람이 종합저축으로 전환한 뒤 1년간(12개월) 월 10만원씩 저축했다고 가정하면 공공주택 청약 때는 통장 전환 전후 기간인 252개월(2520만원)의 납입액이 인정되지만 민영주택을 청약할 때는 전환 이후 12개월의 납입기간만 인정되는 식이다.
11월1일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의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된 것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현재 두 청약통장 가입자는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지만, 공공분양주택 당첨자 선정 때는 월 10만원까지만 납입액으로 인정받고 일반공급 1순위 경쟁이 있을 때는 이 납입인정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고 있다. 일반공급 신청자라면 월 10만원이었던 납입액을 25만원 한도까지 올리는 게 중요해진 셈이다.
정부가 지난 ‘8·8 주택공급 대책’ 당시 발표한 ‘무주택 인정 비아파트 요건’ 완화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시행한다.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주택’ 구입자가 아파트를 청약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그 기준이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은 공시가격 1억6천만원 이하(지방 1억 원)인데, 앞으로는 면적은 85㎡ 이하, 공시가격은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대폭 넓어진다. 이렇게 되면 시가 기준 7억원대(공시가격 약 5억원) 이하인 빌라를 소유해도 앞으로는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음달 말께부터는 2년 내 아이를 출산한 ‘신생아 가구’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대상자는 다자녀(4%), 장애인(5%), 청년(5%), 신혼부부(3%), 신생아 출산가구(10%) 등으로, 각각의 특별공급마다 월 소득, 부양가족, 미성년 자녀 수 등으로 점수를 매겨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입주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등 모든 유형 우선 공급 때 출산한 지 2년이 안 된 신생아 가구에는 점수와 관계없이 최우선 순위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 신생아 출산 가구를 먼저 입주시킨 뒤, 남은 물량을 우선공급 대상자들에게 점수 순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공임대 신생아 최우선 공급’ 활용해 볼만
부동산업계에선 새로 시행된 청약통장 전환 허용은 수요자의 주택 청약 편의를 크게 높인 조처로 평가한다. 특히 청약예금·부금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은 청약 기회 확대 외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익도 있다. 올해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의 소득공제 한도가 기존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에 월 납입액을 25만원으로 상향하면 최대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득공제 대상을 총급여 7천만원 이하인 경우로 제한했다.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는데도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 가입자가 월 25만원으로 납입액을 올리는 게 유리한지 여부는 수요자의 개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월 납입 인정액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유형은 공공분양 물량의 15%를 차지하는 일반공급이어서, 일반공급에 도전하는 수요자는 이달부터 월 납입액을 25만원으로 올리는 게 절대 중요하다. 이에 반해 다자녀·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대상자인 수요자는 굳이 월 납입액을 25만원까지 상향할 필요는 없다. 다만, 특공에서 낙첨이 반복돼 장기적으로 일반공급에 청약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다면 월 납입액을 25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청약때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의 가격·면적 대폭 확대가 가져올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주거환경이 양호한 수도권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 등을 구입한 수요자라도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며 아파트 청약에 나설 수 있어서다. 다만, 구입 시 공시가격이 아니라 청약 시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일에 가까운 날 공시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 요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생후 2년 이내 신생아 가구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최우선 공급은 예비 신혼부부나 신혼부부로서 출산 계획이 있는 가구가 주목할 만하다. 통합공공임대, 행복주택 등에 입주하기가 한결 쉬워져, 희망하는 지역에서 공공임대 물량이 나온다면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출산 예정이거나 신생아가 있는 가구라면 주거비용이 저렴한 공공임대에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가계의 자산을 늘리고 ‘주택 갈아타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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