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귀화 선수 왜 안 쓰나? 신태용 감독 선수 기용 문제 삼는 인니 매체, 심지어 음모론까지

김태석 기자 2024. 11. 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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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자카르타/인도네시아)

귀화 선수가 독이 된 것일까? 경기에 출전하는 건 선수의 출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그저 유럽에서 뛰고 있다는 '출신 성분'에 너무 현혹된 느낌이 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5일 밤 9시(한국 시각)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일본전에서 0-4로 대패했다. 객관적 전력상 인도네시아가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일부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받아쓸 정도로 사임 여론까지 조성하고 있는데, 사실 현장에서 느꼈던 팬심은 그렇지 않았다. 7만 4,000여 명의 홈팬들이 일본전 0-4 대패 직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가를 부르며 신 감독과 선수들을 응원했다.

신 감독의 이름이 팬들의 입에서 수 차례 연호되기도 했는데, 홈에서 네 골 차 굴욕적 패배를 당한 감독을 질타할 만한데도 현장의 팬심은 신 감독에게 우호적이었다. 이를 두고 신 감독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자리에서 "지금껏 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팬들이 나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응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매체가 거론하는 문제점 중 하나가 있으니 바로 귀화 선수 기용 문제다. 신 감독은 이날 일본전에 앞서 네덜란드 태생 귀화 라이트백인 엘리아노 라인더르스를 명단에서 빼버렸다. 이날 일본의 두 번째 득점이 라인더르스를 대신해 출전한 케빈 딕스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본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에 나왔고, 신 감독은 "주전으로 출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라는 말로 대응했다.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신 감독이 이 라인더르스를 기용하지 않은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어렵게 귀화시킨 유럽파 선수를 아예 외면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음모론까지 나온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이 신 감독에게 이른바 '회장 추천 선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직접 발로 뛰며 귀화시킨 선수를 신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자, 신 감독과 토히르 회장 사이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추측성 기사도 인도네시아에서 나돌고 있다.

현지 취재 결과 일단 토히르 회장이 일본전 직후 신 감독과 만남의 자리를 가진 건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이번 일본전을 리뷰하고 팀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충돌했다는 식으로 조명하는 건 지나치게 과한 해석이지 싶다.

토히르 회장도 공식적으로는 신 감독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도네시아 매체 TV원 뉴스에 따르면, 토히르 회장은 "선수 선발은 감독 권한이며, 나는 감독이 아니다"라며 "축구협회 회장으로서 모든 절차를 따르고 있을 뿐이며, 선수 선발은 감독 결정에 따른다"라고 일본전 직후 인도네시아 취재진 앞에서 말을 남겼다. 

또한, 이른바 '회장 추천 선수'가 존재하느냐는 인도네시아 매체의 질문에 대해 "축구협회는 선수 선발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며 "신 감독뿐만 아니라, 인드라 스자프리 U-20 대표팀 감독, 노바 아리안토 U-17 대표팀 감독에게도 물어봐라. 우리는 오로지 최고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절대 그런 적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3차 예선에서 최근 2연패를 당하며 그룹 최하위로 떨어졌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걸린 스테이지에 사상 처음 올라왔기에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인도네시아지만, 기대감이 너무 크다.

2024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 잊지 못할 순간을 여러 번 안긴 신 감독은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이루는 건 정말 어렵다"라며 현실적인 자세도 필요하다는 이해를 구했지만, 부풀어 오른 외부의 기대감을 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인도네시아가 정말 목표를 이루려면 2연패로 사기가 꺾인 신 감독과 선수단이 분위기를 살리고 돌파구를 뚫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 감독이 희망을 꺾지 않고 있다. 신 감독은 "우리는 본래 그룹 3~4위(4차 예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순위)가 목표였다. 패배가 아쉽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른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집중해야 할 때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리아노 라인더르스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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