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야구 실패' 日이 경계했던 선발 4총사 중 3명이 없었다…있었다면 4강 올라갔을까
[OSEN=조형래 기자] 한국 야구는 다시 한 번 치욕의 역사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세대교체 과정에서 악재와 제한된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 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그나마 ‘완전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 등 프리미어12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한국 야구는 3회 대회에서는 오프닝라운드 탈락이라는 쓴맛을 맛봤다. 한국은 17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한국은 경기가 없었지만 대만이 호주를 11-3으로 제압하고 일본이 쿠바를 7-6으로 꺾으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의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18일 최종전 호주전을 승리하고 대만이 쿠바에 패하면 같은 3승2패가 된다. 하지만 같은 성적의 팀이 나왔을 때 최우선 순위 결정 방식인 승자승에서 대만에 밀린다. 한국은 대만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없다. 일본과 대만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사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은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8년 LA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간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약체 대표팀으로 평가 받았다. 선수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대표팀에 당연히 이름을 올려야 하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낙마했다.
특히 선발 투수진의 이탈이 심각했다. 일본대표팀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의 젊은 4명의 투수, 곽빈(25·두산), 원태인(24·삼성), 이의리(22·KIA), 문동주(21·한화)를 모두 경계했다.
당시 이바타 감독은 “한국과 2경기에서 우리가 이겼지만 아주 작은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2경기 다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가 배울 부분도 많았다”며 “투수들의 제구가 좋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 선발투수 4명 모두 시속 150km 이상 던졌다. 이렇게 젊고 훌륭한 선발 4명이 있어 앞으로 한국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이들 4명 중 3명이 낙마했다.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4차전 등판을 마치고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 회전근개 힘줄염 진단을 받았다. 4~6주 가량 재활을 해야한다는 소견이었다. 대표팀은 당연히 불발이었다.
그보다 앞서 이의리는 올해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지난 6월 할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동시에 받으면서 시즌 4경기만 던진 채 시즌아웃 됐다. 내년 4~5월 정도 복귀가 가능하기에 대표팀은 당연히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문동주까지 빠졌다. 문동주도 피로 누적이었다. 한국 선발진에서 가장 빠른 160km의 공을 던지는 문동주지만 9월 초 우측 어깨 피로누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견갑골 통증을 호소하면서 100%의 구위를 발휘할 수 없었다. 문동주는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APBC 대회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부하가 가중됐다. 결국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이 불발됐다.
한국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발 투수들, 일본이 가장 경계했던 투수들이 낙마했다. 일본 이바타 감독이 언급한 4명 중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곽빈 혼자였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스태프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새로운 선발 투수들을 찾아야 했고 또 걱정했다. 결국 이번 대회 선발로 낙점된 투수들은 곽빈을 비롯해 고영표(33·KT), 최승용(23·두산), 임찬규(32·LG)였다.
하지만 우려했던 현실이 너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14일 쿠바전 선발 등판한 곽빈이 4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조기에 강판됐고 내용도 좋지 않았다. 특히 첫 단추를 꿰어야 했던 13일 첫 경기, 대만전 선발 고영표는 2회 만루포와 투런포를 한꺼번에 허용하는 등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충격의 조기 강판을 당했다. 한국은 대만에 3-6으로 패했고 결국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경기가 됐다.
15일 한일전의 비밀병기로 투입된 좌완 최승용도 1⅔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16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 선발이었던 임찬규도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내려왔다. 최승용과 임찬규 모두 기존 선수들을 대신한 대체선수 격이었고 국제무대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곽빈도 호투했다고는 하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4명의 선발 투수들은 11⅔이닝을 던졌다. 경기 당 평균 3이닝도 채 되지 않았다. 불펜의 힘이 강하다고 했지만 평소보다 긴장감과 부담이 높은 국제대회에서 연일 경기를 치르다 보니 불펜진의 피로도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선발진 4명 외에도 프리미어12 대회는 부상자들과 여러 변수들로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타선에서는 4번 타자 노시환이 부상으로 관리 차원에서 빠졌고 또 삼성 출신으로 원태인 외에도 구자욱 김지찬 김영웅 등 대표팀 예비 명단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여기에 김혜성과 강백호는 병역특례 기초군사훈련 일정으로 대표팀에 참가할 수 없었다.
여러 악재들과 마주했던 프리미어12 대회. 탈락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회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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