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영 기자, 한라산 2번 오르는 '트레일러닝' 도전기…13시간53분 완주

임재영 기자 2024. 11. 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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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숲 산 들판을 달리고 걷는 스포츠
최근 인기 부상, 올해 한국 트레일러닝 도입 20년
한라산 정상을 거쳐 월드컵경기장까지 고난의 레이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을 2번 오르면서 산속과 숲길을 달리고 걷는 60㎞ 트레일러닝 레이스가 지난 16일 제주에서 펼쳐졌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 주관한 ‘제23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의 한 종목으로 치러졌다. 2024.11.16.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최근 국내에서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이 강세다. 포장도로를 달리는 마라톤과는 달리 숲, 산악, 들판, 계곡, 사막 등을 걷고 달리는 스포츠로 해외에서는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으며 국내에서도 속속 대회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 트레일러닝을 처음 용어를 도입하고 경기종목으로 대회가 개최된 것은 2004년이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이 도로 마라톤과 함께 이 해에 ‘제주 148㎞ 트레일 런’을 열었다. 이후 코스, 거리 등이 변화를 하다가 트레일러닝은 80㎞, 60㎞ 등 2개 종목으로 굳어졌다.

올해가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지 20년 만인 셈이다. 트레일러닝을 체험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60㎞ 종목에 도전했다.

코스는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안내소~백록담 정상~관음사탐방안내소 입구~산록도로, 1100도로~어리목~윗세오름대피소~영실~하원수로길~한라산둘레길(동백길)~고근산~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짜였다.

[제주=뉴시스] 한라산을 2번 오르면서 산과 숲길 등을 달리고 걷는 60㎞ 트레일러닝 레이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지난 16일 오전 7시 한라산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출발하기 전에 기념 촬영을 하면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제공) 2024.11.16. photo@newsis.com

한라산을 두 번 오르는 코스로 오르막을 모두 합친 누적 오르막은 고도 3800m정도이다. 제한시간은 14시간이다.

지난 16일 오전 7시 성판악탐방안내소. 참가 선수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여명을 가르며 산속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안개와 빗방울이 오락가락했다. 백록담 정상까지 계속된 오르막인 탓에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몸은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흥건하게 젖었다.

마침내 백록담 정상. 지친 몸에 보상이라도 해주듯 구름이 걷히면서 웅장한 분화구 모습이 드러났다. 참가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면서 경관을 만끽했지만 지체할 여유가 없다. 하산한 뒤 다시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어리목에 오후 2시 이전까지 도착해야하기 때문이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을 2번 오르면서 산과 숲길을 달리고 걷는 60㎞ 트레일러닝 레이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라산 동릉을 오르고 있다. 2024.11.16. ijy788@newsis.com

한라산 정상왕복을 포함해 30㎞를 7시간 안에 주파해야한다. 컷 오프를 면하면서 1차 관문인 어리목을 가까스로 지났다. 해발 1700m 윗세오름대피소까지 다시 오르막이다. 좀 전에 다녀왔던 백록담의 다른 분화구 벽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영실탐방로 코스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내리막이다. 초반에 무리를 한 탓인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이전에 다른 대회에서 100㎞ 울트라 트레일러닝 레이스를 완주 했지만 이렇게 무릎 통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

완주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통증으로 인해 속도는 늦어졌다. 하원수로길은 선명하고 화려한 단풍 명소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체력이 바닥을 향하면서 감상의 여력이 없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안개가 걷히면서 한라산 백록담 정상 분화구가 장엄한 경관을 드러냈다. 제한시간 안에 한라산을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여유가 없이 발길을 서둘러야했다. 2024.11.16. ijy788@newsis.com

한라산 둘레길(동백길)에 접어들고 나서 어둠이 짙어졌고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내서 길을 찾았다. 다른 참가선수들이 앞질러도 따라갈 힘이 없었다. 마지막 오르막인 고근산(작은 화산체·해발 396m)을 무사히 넘었으나 내리막이 더 큰 고통이었다.

꾸역꾸역, 어기적어기적 다리를 끌면서 포장도로에 진입하고 나서야 통증을 겨우 견딜 수 있었고 서귀포 신시가지 불빛이 너무나 반가웠다.

결승점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을 500m가량 남겨두고 코스를 이탈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800m가량을 헤매다 코스를 다시 찾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을 두 번 째 오를 때는 백록담 분화구를 바라보면서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를 향했다. 이 곳을 지나면 영실탐방로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내리막이다. 2024.11.16. ijy788@newsis.com

기자의 기록은 13시간53분. 제한시간 14시간에서 불과 7분 전에 들어오면서 가까스로 완주에 성공했다.

완주의 뿌듯함과 함께 레이스 과정에서 마주한 한라산의 장엄함, 늦가을 풍광, 제주의 속살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전해졌다. 몸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어졌고, 사전 준비의 중요성도 체득했다.

기자보다 앞서 완주한 곽민구 선수는 “5년 전 서귀포에 이주하고,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다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체력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제주의 청청한 자연 속을 걸으면서, 뛰면서 하는 ‘명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제주월드컵경기장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트레일러닝 60㎞ 완주에 성공했다. 기자의 기록은 13시간53분으로 제한시간인 14시간이내에 가까스로 들었다. (사진=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제공) 2024.11.16. photo@newsis.com

이번 60㎞ 트레일러닝 레이스 우승은 이준호 선수로 완주 기록은 9시간32분이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제23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트레일러닝은 60㎞, 80㎞이고 포장도로를 달리는 로드 마라톤은 50㎞, 100㎞, 200㎞ 등 모두 5개 종목에서 펼쳐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ijy7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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